AGI의 미래, 당신의 거실에서 시작됩니다 (1X CEO 인터뷰)

Bopyo Park 15 Aug 2025

에코 멤버님들,

잘 지내고 계신가요? 한국은 광복절이 지나고 이제 주말에 접어들었을텐데요. 오늘도 최근 AI 소식 중에서 함께 생각의 폭을 넓혀볼 만한 흥미로운 주제를 가져왔습니다. OpenAI와 엔비디아가 동시에 투자하며 세간의 주목을 받은 휴머노이드 로봇 회사, 1X의 CEO 베른트 보르니크의 인터뷰가 최근 공개되었는데요. 테슬라나 피규어AI 같은 쟁쟁한 경쟁자들이 모두 ‘공장 자동화’를 외칠 때, 유독 1X만이 ‘가정’이라는 공간에 집요하게 파고드는 이유에 대한 그의 답변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AI의 발전을 데이터 센터의 컴퓨팅 파워나 알고리즘의 혁신으로 이해해왔습니다. 하지만 1X의 전략은 그 관점을 완전히 뒤집어 버립니다. 그들은 AGI(범용 인공지능)로 가는 열쇠가 인터넷 세상이 아닌, 바로 우리가 매일 생활하는 ‘거실’에 있다고 말합니다. 이것은 단순히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지능의 본질이 무엇인지, 그리고 인류가 AGI를 어떻게 완성하게 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하는 선언과도 같습니다.

‘로봇은 공장에서 쓰는 기계’라고 막연히 생각해오셨던 분, 혹은 GPT와 같은 언어 모델이 AI의 전부라고 믿었던 분이라면, 오늘 1X의 시선을 통해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온 미래를 함께 그려보고, 그 안에서 우리가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1. 지능의 요람, ‘공장’이 아닌 ‘가정’을 선택한 이유

지금까지 휴머노이드 로봇의 주된 목표는 명확했습니다. 예측 가능하고, 정형화된 작업을 반복하는 공장의 노동력을 대체하는 것이었죠. 하지만 1X는 정반대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이유는 단 하나, ‘데이터의 질’ 때문입니다. 그들은 진정한 지능의 성장은 효율성이 아닌 ‘혼돈(Chaos)’ 속에서만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공장의 명확한 한계는 ‘학습 정체기’에 있습니다. 로봇은 20~40시간 정도면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특정 부품을 옮기는 작업을 완벽하게 마스터합니다. 그 순간, 로봇의 학습은 사실상 멈춥니다. 매일 똑같은 무게의, 똑같은 모양의 컵을, 똑같은 위치로 옮기는 작업은 더 이상 지능 발달에 아무런 자극을 주지 못합니다. 이는 마치 천재에게 평생 구구단만 외우게 하는 것과 같습니다. 잠재력은 있지만, 성장할 환경이 주어지지 않는 것이죠.

반면 가정은 ‘예측 불가능한 변수들의 집합체’입니다. 아이가 예고 없이 장난감을 던지고, 반려견이 발밑을 스쳐 지나가고, 어제와 오늘 가구 배치가 미묘하게 달라지는 모든 순간이 로봇에게는 새로운 학습 데이터가 됩니다. 바닥에 쏟아진 우유를 보고 ‘이것은 치워야 할 액체’라고 인식하고, 소파 밑으로 굴러 들어간 공을 꺼내기 위해 몸을 숙이는 방법을 터득하는 과정. 이 모든 비정형적이고 역동적인 상호작용이야말로 지능을 폭발적으로 성장시키는 최고의 자양분입니다. 마치 아기가 세상을 탐험하며 넘어지고, 만지고, 부딪히며 지능을 발달시키는 것처럼, 1X는 AGI가 반복적인 공장 데이터가 아닌, 이처럼 다채로운 ‘가정’의 데이터 속에서만 탄생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2. 진짜 지능의 조건: ‘언어’를 넘어선 ‘육체’

우리는 GPT와 같은 거대 언어 모델(LLM)의 경이로운 능력에 감탄하며, ‘언어’야말로 지능의 핵심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하지만 1X의 CEO 베른트는 ‘육체(Embodiment)’가 없는 지능의 근본적인 한계를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스크린 속의 지능은 진짜 세상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인터넷 데이터의 맹점은 그것이 모두 ‘관찰’된 결과물이라는 데 있습니다. 유튜브 영상이나 수많은 텍스트는 누군가 행동을 마친 뒤의 ‘기록’일 뿐입니다. 우리는 영상 속 요리사가 소금을 ‘왜’ 지금 넣었는지, 그 ‘의도’와 ‘과정’의 미묘한 맥락을 데이터만으로는 결코 알 수 없습니다. 이는 마치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만 읽고 전체 스토리를 이해했다고 착각하는 것과 같습니다.

반면, 로봇은 물리적 세계에서 직접 ‘행동’하며 배웁니다. ‘컵을 잡는다’는 목표를 세우고(가설), 팔을 뻗어 컵을 잡아보며(실험), 그 결과를 통해 컵의 무게와 질감을 느끼고(검증), 다음 행동을 수정합니다. 이 ‘가설-실험-검증’의 순환이야말로 과학적 방법론의 핵심이며, 인터넷 데이터가 결코 제공할 수 없는 차원의 깊이 있는 학습을 가능하게 합니다. 진정한 지능은 추상적인 텍스트를 유창하게 처리하는 능력이 아니라, 시공간 속에서 물리적 실체를 이해하고 상호작용하며 ‘세상의 인과관계’를 몸으로 터득하는 능력에서 비롯된다는 것입니다.

3. 데이터 패권의 역전: “인터넷은 생각보다 거대하지 않다”

이번 인터뷰에서 가장 도발적이고 충격적인 발언 중 하나일 것입니다.

1만 대의 로봇이 하루 동안 수집하는 유용하고 중복되지 않는 데이터는, 같은 날 유튜브에 업로드되는 모든 데이터를 합친 것보다 많습니다.

이 문장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합니다. 미래 AI 모델을 훈련시킬 가장 가치 있는 데이터의 원천이 ‘웹 스크래핑’에서 ‘현실 세계’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데이터 패권의 대역전이 시작된 것입니다.

로봇이 수집하는 데이터에는 3D 공간 정보, 힘의 압력, 물체의 질감과 무게, 온도 등 텍스트나 영상만으로는 절대 얻을 수 없는 ‘물리적 컨텍스트(Physical Context)’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이는 LLM이 가장 갈망하는, 그러나 결코 가질 수 없었던 종류의 데이터입니다.

결국 미래의 AGI 경쟁은 누가 더 큰 GPU 클러스터를 가졌는가의 싸움을 넘어, 누가 더 많은 ‘움직이는 데이터 수집 센서’, 즉 로봇을 현실 세계에 먼저 풀어놓는가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입니다. 데이터 센터에 갇힌 지능이 아닌, 세상을 활보하는 지능이 새로운 시대의 지배자가 될 것이라는 예측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