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퀄리티를 폭발시키는 샘 알트만의 아날로그 메모법

Bopyo Park 28 Aug 2025

에코 멤버님들,

잘 지내고 계신가요? 오늘도 어김없이 AI 시대의 한복판에서, 우리의 생각하는 방식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가지고 왔습니다. 몇개월 지난 영상이지만 이 영상을 왜 지금 봤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메모법에 관련한 흥미로운 내용인데요.

OpenAI의 CEO 샘 알트만이 한 인터뷰에서 밝힌 그의 독특한 메모 습관이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세상이 더 빠르고 강력한 디지털 도구를 외칠 때, AI 혁명의 최전선에 있는 그는 역설적이게도 가장 원시적이고 아날로그적인 방식을 고집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지금 손끝에서 세상의 모든 정보를 검색하고, AI를 통해 순식간에 원하는 텍스트와 이미지를 생성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러한 편리함 속에서 우리는 어쩌면 ‘생각’이라는 행위 자체를 외부 도구에 위탁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기록’과 ‘저장’은 쉬워졌지만, 과연 우리의 ‘사고’는 더 깊어졌을까요?

오늘은 샘 알트만의 낡은 스프링 노트와 닳아빠진 펜 한 자루에 담긴 철학을 깊이 파고들어, 정보 과잉의 시대에 개인이 어떻게 생각의 퀄리티를 폭발적으로 높일 수 있는지, 그 본질을 함께 나눠보고자 합니다. 이것은 단순히 ‘아날로그 예찬론’이나 새로운 생산성 기술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AI 시대에 진정한 지적 가치는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그리고 우리는 자신의 생각을 어떻게 다루고 연마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의 시간이 될 것입니다.

수많은 디지털 도구 속에서 길을 잃고 정보의 소음에 파묻혀 있다고 느꼈던 분이라면, 그의 시선을 통해 혼돈 속에서 자신만의 명료한 생각을 벼려내는 지혜를 얻으시길 바랍니다.

1. 도구의 재정의: ‘완성’이 아닌 ‘파괴’를 위한 노트

우리가 ‘노트’를 떠올릴 때 연상하는 이미지는 무엇일까요? 보통은 중요한 내용을 잊지 않기 위해 꼼꼼히 기록하고, 나중에 다시 펼쳐보기 위해 아름답게 정리된 결과물을 상상합니다. 하지만 샘 알트만에게 노트는 정반대의 의미를 가집니다. 그에게 노트는 ‘기록’이나 ‘보관’의 도구가 아니라, 생각을 위한 ‘소모품’이자 생각을 펼쳐놓고 해체하는 ‘작업대’입니다.

그의 책상 위에 완성된 노트가 단 한 권도 없다는 사실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는 아이디어를 전개할 때 여러 페이지를 과감히 찢어 바닥이나 벽에 펼쳐놓고, 아이디어 간의 관계를 시각적으로 파악하며 씨름합니다. 그리고 그 치열한 고민의 과정이 끝나면, 그 종이들을 미련 없이 구겨 쓰레기통에 던져버립니다. 2-3주마다 노트 한 권이 이런 방식으로 ‘소모’되고 ‘파괴’되는 셈입니다. 180도로 완벽하게 펼쳐지고 언제든 쉽게 찢어낼 수 있는 ‘스프링 노트’만을 고집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는 ‘완벽한 기록’이라는 강박에서 벗어나 생각의 ‘과정’ 자체에 온전히 집중하겠다는 선언과도 같습니다. 디지털 노트 앱에 기록을 남기는 순간,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그 기록을 ‘소유’하고 ‘보관’해야 한다는 부담을 느낍니다. 그러나 알트만의 방식은 생각을 일시적으로 머물다 가는 손님처럼 대합니다. 중요한 것은 기록된 텍스트가 아니라, 그 텍스트를 쓰는 과정에서 얻게 되는 ‘명료함’ 그 자체입니다. 그의 노트는 아름답게 채워야 할 대상이 아니라, 생각을 펼치고, 연결하고, 버리기 위한 가장 효율적이고 자유로운 도구일 뿐입니다. 어쩌면 우리에게 부족했던 것은 더 나은 저장 도구가 아니라, 생각을 과감히 버릴 수 있는 ‘용기’였을지도 모릅니다.

2. ‘쓰기’는 최고의 사고 도구다

AI가 소설을 쓰고, 코드를 짜고, 심지어 영상(Sora, Veo-3)까지 만드는 시대에 ‘인간의 글쓰기 능력’은 과연 여전히 중요할까요? 샘 알트만은 오히려 그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고 단언합니다. 글쓰기는 단순히 생각을 타인에게 전달하는 표현 수단을 넘어, 구조화되지 않은 생각을 명확하게 만들고 논리를 벼려내는 최고의 ‘사고 훈련’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들과 대화할 때는 절대 떠올릴 수 없는 아이디어가, 혼자 조용히 앉아 타이핑할 때 비로소 나타난다.” 말은 즉흥적이고 휘발성이 강해 생각의 표면을 훑고 지나가기 쉽습니다. 하지만 글을 쓰는 행위는 다릅니다. 모호한 생각을 문장으로 구체화하고, 단어를 신중하게 선택하며, 문단 간의 논리적 연결고리를 구축하는 과정 자체가 바로 고차원적인 사고 활동입니다. 쓰기는 흩어진 생각의 파편들을 모아 하나의 단단한 결정체로 만들어내는 유일무이한 연금술과 같습니다.

미래에 AI가 코딩을 대신해 주더라도 코딩을 배워야 하는 이유가 그것이 ‘컴퓨터처럼 생각하는 법’을 가르쳐주기 때문인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마찬가지로, AI가 글을 대신 써주더라도 우리는 ‘인간처럼 깊이 생각하는 힘’을 기르기 위해 반드시 글쓰기를 훈련해야 합니다. 결국 샘 알트만의 아날로그 메모법은 단순히 정보를 기록하는 행위가 아니라, 매일같이 ‘생각하는 근육’을 단련하는 가장 원초적이고 강력한 웨이트 트레이닝인 셈입니다.

3. 몰입의 재구성: ‘완벽한 환경’이 아닌 ‘11분의 틈새’

많은 이들이 ‘몰입’이나 ‘딥 워크(Deep Work)’를 위해 완벽한 환경을 꿈꿉니다. 조용한 카페,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 잘 정돈된 책상 같은 것들 말입니다. 샘 알트만 역시 과거에는 그랬다고 고백합니다. 하지만 이제 그의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완벽하게 통제된 환경이 아니라, 일상의 작은 틈새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그는 “방해받지 않는 11분만 확보된다면, 그곳이 차 뒷좌석이든, 침대에 누워서든 상관없다”고 말합니다. 이는 몰입에 대한 우리의 통념을 완전히 뒤엎는 발상입니다. ‘완벽한 때’를 기다리며 시간을 흘려보내는 대신,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짧고 강렬한 몰입의 순간을 계속해서 만들어내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러한 짧은 몰입의 조각들이 모여 거대한 아이디어의 모자이크를 완성해 나가는 것입니다.

또한 그의 삶에는 명확한 리듬이 존재합니다. 주중에는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정보를 끊임없이 받아들이며 아이디어를 ‘입력’하는 데 집중합니다. 반면 주말에는 외부와의 접촉을 의도적으로 끊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주중에 수집한 아이디어들을 머릿속에서 ‘숙성’시킵니다. 혁신은 완벽하게 세팅된 책상 위에서 억지로 쥐어짜는 것이 아니라, 이처럼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받아들이는 ‘열린 주중’과 그것을 자기 것으로 체화하는 ‘조용한 주말’의 건강한 순환 속에서 자연스럽게 탄생하는 것입니다.

오늘 이야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샘 알트만의 메시지는 명확하고 단순합니다. 도구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나의 생각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입니다. 그의 메모법은 디지털 시대의 ‘정리’와 ‘보관’이라는 강박에서 우리를 해방시키고, 생각을 자유롭게 펼치고 연결하며, 불필요한 것을 과감히 버려 핵심만 남기는 과정의 중요성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우리는 지금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정보와 가장 편리한 도구를 손에 쥔 세대입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 명료하게 생각하기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정보를 저장하는 최신 앱이 아니라, 생각을 과감히 버리고 핵심에 집중하도록 돕는 ‘낡은 스프링 노트’ 한 권일지도 모릅니다.

지금 당장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