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곧 소프트웨어가 될 때: 코딩의 종말과 새로운 창조자의 탄생

Bopyo Park 26 Oct 2025

에코 멤버님들,

잘 지내고 계신가요? 기술의 발전 속도에 때로는 경이로움을, 때로는 현기증을 느끼는 요즘입니다. 오늘은 소프트웨어 개발의 패러다임을 뿌리부터 뒤흔들고 있는 Replit의 CEO, 암자드 마사드(Amjad Masad)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가 맞이할 미래의 창조 방식을 함께 깊이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과거 우리는 코딩을 배우는 것이 디지털 시대의 필수 소양이라 믿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코드를 작성하는 행위’ 자체가 사라진다면 어떨까요? 인간의 ‘생각’이 곧바로 소프트웨어가 되는 시대가 온다면 말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개발자들의 업무 방식 변화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아이디어를 가진 모든 개인이 전 세계 수십억 명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창조의 민주화’가 어떻게 완성되는지에 대한 통찰이며, 그 안에서 우리의 역할이 어떻게 재정의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입니다.

‘나는 개발자가 아니라서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분, 혹은 아이디어는 있지만 기술의 장벽 앞에서 좌절했던 분이라면, 그의 이야기를 통해 ‘창조자’로서의 새로운 정체성을 발견하는 놀라운 경험을 하시게 될 것입니다.

1. 코딩의 종말: 영어가 새로운 프로그래밍 언어가 되다

인류가 컴퓨터와 소통하기 시작한 이래로, 우리는 계속해서 더 높은 수준의 ‘추상화’를 추구해왔습니다. 기계가 이해하는 0과 1의 나열(기계어)에서 시작해, 어셈블리어, C언어, 파이썬과 같은 고급 언어로 발전하며 인간의 언어와 가까워지려 노력해왔습니다. 암자드 마사드는 이제 그 여정의 마지막 단계에 도달했다고 말합니다. 바로 인간의 자연어, 즉 ‘영어(English)’가 궁극의 프로그래밍 언어가 되는 시대입니다.

그는 지난 수십 년간 프로그래밍의 본질적이지 않은 복잡성—개발 환경 설정, 패키지 관리 등—을 제거하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마지막까지 남은 가장 큰 장벽은 다름 아닌 ‘코드의 문법(Syntax)’ 그 자체였다고 고백합니다. 아무리 쉬운 언어라도, 특정 규칙에 맞춰 기계에 명령을 내리는 법을 배우는 것은 여전히 소수에게만 허락된 기술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AI 에이전트가 이 마지막 장벽을 허물고 있습니다. 사용자가 “온라인으로 크레페를 파는 쇼핑몰을 만들고 싶어”라고 한 문장을 입력하면, AI 에이전트가 그 의도를 파악하고 최적의 기술 스택(프로그래밍 언어, 데이터베이스 등)을 스스로 선택하여 전체 소프트웨어를 구축하기 시작합니다. 이는 마치 우리가 외국인과 대화하기 위해 그 나라의 문법을 통달할 필요 없이, 뛰어난 통역사가 옆에서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것과 같습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합니다. 더 이상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 코드를 배울 필요가 없다는 것. 성공의 열쇠는 ‘기술적 실행 능력’에서 세상을 다르게 보고 문제를 정의하는 ‘순수한 아이디어’로 완전히 넘어왔습니다. 컴퓨터 과학의 선구자 그레이스 호퍼(Grace Hopper)가 75년 전 꿈꿨던 “사람들이 영어로 프로그래밍하는 세상”이 마침내 우리의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아직까지는 100% 완벽할수 없지만 계속해서 더 많은것들이 가능해지고 있는것은 부인할수 없는 사실입니다.

2. 생각하는 기계의 탄생: AI 프로그래머는 어떻게 일하는가

그렇다면 인간의 말을 알아듣는 이 ‘AI 프로그래머’는 대체 어떻게 혼자서 복잡한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내는 것일까요? 단순히 GPT에게 명령어를 던지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이 작업의 비밀은 바로 ‘자체 검증 루프를 갖춘 다중 에이전트 시스템’에 있습니다.

과거의 AI 모델들은 몇 분 정도의 짧은 작업은 수행할 수 있었지만, 시간이 길어질수록 논리의 일관성을 잃고 엉뚱한 방향으로 빠지는 ‘착란 상태’에 빠지기 일쑤였습니다. 하지만 최근 AI는 놀라운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암자드 마사드는 Replit의 AI 에이전트가 논리적 일관성을 유지하며 작업할 수 있는 시간이 불과 1년여 만에 2분에서 20분, 그리고 이제는 200분 이상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고 밝힙니다.

이러한 도약의 핵심은 ‘마라톤 릴레이’와 같은 협업 방식에 있습니다.

하나의 ‘개발자 에이전트’가 20분 동안 코드를 작성하면, 곧바로 다른 ‘테스터 에이전트’가 등장해 가상의 브라우저를 띄워 방금 만들어진 소프트웨어를 샅샅이 테스트합니다. 여기서 발견된 버그나 문제점은 요약된 보고서 형태로 다음 주자인 또 다른 ‘개발자 에이전트’에게 전달됩니다. 이 새로운 주자는 앞선 작업 내용과 수정 사항을 전달받아 다음 20분의 작업을 이어갑니다.

이처럼 ‘생성-검증-피드백-재생성’의 고리를 끊임없이 반복하며, AI는 마치 지치지 않는 초인적인 개발팀처럼 장시간 동안 복잡하고 거대한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우리가 이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마치 “각성제를 맞은 존 카맥(전설적인 프로그래머)이 일하는 것을 보는 것 같다”는 그의 비유처럼, 초인적인 속도지만 동시에 멈춰서 ‘생각하고’, 웹을 검색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지적인 작업 과정을 목격하는 경이로운 경험입니다.

3. 새로운 창조자의 시대: 당신은 무엇을 지휘할 것인가?

AI가 스스로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시대에 인간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암자드 마사드는 단언합니다. “이제 평범한 사람도 구글의 시니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만큼의 생산성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입니다. 이는 단순히 비유가 아닙니다. 아이디어를 가진 개인은 이제 여러 명의 AI 에이전트들을 동시에 지휘하며 자신의 비전을 현실로 만드는 ‘프로젝트 지휘자’이자 ‘창조 감독’이 됩니다.

마치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모든 악기의 연주법을 알 필요 없이, 전체적인 화음과 비전을 제시하여 위대한 음악을 만들어내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는 AI 에이전트에게 “내 쇼핑몰에 소셜 네트워크 기능을 추가해줘”라고 지시하고, 동시에 다른 에이전트에게는 “데이터베이스 구조를 더 효율적으로 리팩토링해줘”라고 명령할 수 있습니다. 인간은 더 이상 고된 기술 노동에 얽매이지 않고, ‘무엇을(What)’ 만들 것인지, ‘왜(Why)’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에만 집중하게 됩니다.

흥미로운 점은, AI가 코딩이나 수학처럼 ‘정답을 검증할 수 있는(Verifiable)’ 딱딱한 영역에서는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는 반면, 정답이 없는 ‘부드러운(Soft)’ 영역, 즉 인간의 감성, 창의성, 논란이 많은 주제에 대한 깊은 이해는 여전히 더디다는 점입니다. 이는 역설적으로 우리 인간의 가치를 더욱 빛나게 합니다. 기술이 정점에 이를수록, 기술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통찰력, 심미안, 그리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스토리텔링 능력이 새로운 시대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 될 것입니다.

오늘 이야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우리는 지금 인류 역사상 가장 코드를 아느냐 모르느냐의 시대는 저물고, 어떤 아이디어를 가졌느냐가 유일한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은 “어떻게 코딩을 배울까?”가 아닙니다.

“만약 나에게 지치지 않는 세계 최고의 개발팀이 있다면, 나는 세상을 위해 무엇을 만들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여정이, 바로 새로운 시대의 ‘창조자’가 되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저는 미국 이커머스 분야와 AI 분야에 몸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제가 개인적으로 공부하고 경험하는 내용들을 에코 뉴스레터 구독자님들과 나눌 예정입니다. 더 많은 지식과 정보를 함께 나누고 싶으시다면 이 뉴스레터터를 계속 구독해주시고 주변에도 많이 소개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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