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핸들을 잡으려는 손들
이번 한 달, 전혀 다른 곳에서 들려온 소식들인데도 자꾸 같은 질문으로 돌아오더라고요. 약을 처방하는 권한, 게임 속 가상 세계를 운영하는 권한, 최신 AI 모델의 접속 권한, 전쟁터에서 표적을 고르는 권한... 결국 "이걸 누가 통제하고 있는가"라는 물음이에요. 정부와 기업, 군대, 그리고 어느 평범한 게이머까지. 모두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AI의 핸들을 잡으려 하고 있어요.
재미있는 건, 이 손들이 향하는 방향이 전혀 다르다는 점이에요. 어떤 손은 빗장을 걸어 잠그려 하고, 어떤 손은 오히려 더 활짝 열어두려 해요. 어떤 손은 윗선의 명령으로 움직이고, 어떤 손은 단돈 몇 달러짜리 API 키 하나로 움직여요. 이번 칼럼에서는 그 손들이 어디서, 어떻게 부딪히고 있는지 하나씩 살펴볼게요.
처방전에 서명할 권리
올해 1월, 유타주가 조용히 의료계의 금기를 깼어요.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이 환자의 기존 처방전을 갱신해 주는 시범사업을 규제 샌드박스(Regulatory Sandbox)를 통해 도입한 거예요. '닥트로닉(Doctronic)'이라는 AI 기업이 운영을 맡았고, 환자들은 콜레스테롤 약이나 항우울제 같은 약을 의사를 거치지 않고도 손쉽게 재발급받을 수 있게 됐어요.
초기 수치만 보면 꽤 그럴듯해요. AI의 처방 갱신 결정 중 91%가 인간 의사의 판단과 일치했고, 추가 검토를 거쳐 최종 거부된 사례는 3%에 불과했거든요. 유타주는 이 결과를 의료진의 피로도를 낮추고 약물 접근성을 높이는 근거로 내세우며, 종국에는 의사 개입이 전혀 없는 AI 자율 처방까지 내다보고 있어요.
하지만 현장의 시선은 다르죠. 앨런 스미스 유타 의료위원회 의장이나 조나단 올슨 박사 같은 전문가들은 AI에게 의과대학과 수련 과정을 거치며 쌓은 임상적 직관이 없다는 점을 짚어요. 존 와이트 미국의학협회 CEO의 말처럼, 의료는 데이터 연산이 아니라 환자의 안색과 심리, 병력을 종합적으로 읽어내는 미묘한 과정이니까요. 알고리즘 하나가 잘못 판단하면 그 즉시 치명적인 의료사고로 이어질 수 있고, 그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에 대한 법적 답도 아직 비어 있어요.
흥미로운 건 미국 안에서도 이 권한을 누구에게 줄지에 대한 답이 완전히 갈린다는 점이에요. 뉴욕과 델라웨어는 AI의 진료와 면허 취득을 법으로 막아섰고, 아이오와와 아이다호는 오히려 AI에게 임상 면허를 부여하려 해요. 같은 나라 안에서도 '처방전에 서명할 권리'를 누구 손에 맡길지에 대한 합의가 전혀 없다는 뜻이에요.
유타주는 그나마 시범사업을 보수적으로 설계하고 의료 과실에 대비해 기업에 보험 가입을 의무화했다고 항변하지만, 보험 가입이 생명 존중이라는 윤리 자체를 대신해 줄 수는 없죠. 의료진 부족이 현실인 만큼 AI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처방전에 찍히는 서명의 무게는 알고리즘의 연산 결과보다 훨씬 무거워야 하지 않을까요.
텅 빈 서버의 절대 권력자
국가와 거대 기업들이 AI의 통제권을 놓고 다투는 동안, 정반대편에서는 한 개인이 아주 사적인 방식으로 '완전한 통제'를 손에 넣었어요. 해외 커뮤니티 레딧(Reddit)에 올라온 사례인데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rld of Warcraft)' 사설 서버를 운영하는 한 유저가 무려 1,800명의 AI 봇(Bot)이 살아 움직이는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었어요.
이 봇들은 배경처럼 서 있는 NPC가 아니에요. 필드를 돌아다니고 사냥을 하고, 로컬 LLM과 저렴한 딥시크(DeepSeek) API를 엮어 서로 자연스럽게 대화까지 나눠요. 더 놀라운 건 작성자가 전문 프로그래머가 아니라는 사실이에요. AI의 도움을 받아 서버 설정부터 파이썬(Python) 스크립트 작성까지 전부 혼자 해냈고, 실제 플레이어가 접속할 때만 API 토큰이 소모되도록 최적화해서 비용 문제까지 풀어버렸어요.
생각해보면 묘한 대비예요. 한쪽은 수억 명의 접근을 막을지를 정부가 결정하는 동안, 다른 한쪽에서는 평범한 개인이 단돈 몇 달러짜리 API 키 하나로 1,800명짜리 디지털 왕국의 절대 권력자가 됐으니까요.
AI가 코딩의 장벽을 허물어 누구나 복잡한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는 증거이기도 하고, 동시에 정해진 대본만 읊던 게임 속 NPC가 스스로 사고하고 대화하는 '디지털 생명체'로 진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이기도 해요. '통제'라는 게 꼭 거대한 자본이나 권력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라는 걸 일러주는 작은 반례인 셈이죠.
AI를 연결해서 AI 봇들로 가득 찬 사설 서버
셧다운 버튼을 누른 백악관
같은 시기, 통제권을 둘러싼 가장 시끄러운 싸움은 워싱턴에서 벌어졌어요. 2026년 6월, 트럼프(Trump) 행정부가 앤트로픽(Anthropic)의 최신 모델 '페이블 5(Fable 5)'와 '미토스 5(Mythos 5)'에 대한 모든 외국인의 접근을 전면 차단했어요.
모르는 사람이 없던 이 소식 덕분에 적성국은 물론 파이브 아이즈(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동맹국 정부, 심지어 앤트로픽 내부의 외국인 직원들까지 예외 없이 포함됐고, 결국 일반 사용자 접근까지 함께 막혀버렸어요.
발단은 앤트로픽의 투자사인 아마존(Amazon)의 앤디 재시(Andy Jassy) CEO가 페이블 5의 탈옥(Jailbreak) 가능성을 행정부에 경고하면서였어요. 마크 워너(Mark Warner) 상원 정보위 부위원장은 미토스가 "몇 시간 만에 미국의 거의 모든 기밀 시스템을 해킹할 수 있다"는 식으로 위험성을 전했고요.
군사 전문가 샤샹크 조시(Shashank Joshi)나 보안 전문가 케이티 무수리스(Katie Moussouris)는 이런 취약점 공개가 오히려 방어에 유용하다며 공포가 과장됐다고 지적했지만, 행정부에게는 기술적 뉘앙스보다 '절대 무기'라는 인식이 먼저였어요.
악시오스(Axios)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보여준 태도는 이 결정의 본질을 더 선명하게 드러내요. 그는 권력 행사에 "아무런 한계가 없다"고 잘라 말했고, 이란 군사 시설을 48분 만에 폭격한 일을 자랑스럽게 언급했어요.
한때 앤트로픽을 "통제 불능의 급진 좌파 AI 기업"으로 부르며 다리오 아모데이(Dario Amodei) CEO를 안보 위협으로 규정하기도 했죠. 그런데 아모데이가 접속을 전면 차단하는 방식으로 순응하자, 트럼프는 G7 정상회의 직후 "그가 매우 책임감 있게 신속히 대응했다"며 곧바로 태도를 바꿨어요. 거칠게 압박해서 무릎을 꿇리고, 상대가 따르면 곧장 관계를 회복하는 패턴이 첨단 기술 정책에까지 똑같이 적용된 셈이에요.
가장 깊은 내상을 입은 건 동맹국들이에요. 영국 AI 안전 연구소(AI Security Institute)처럼 수개월간 미토스 접근 권한을 얻어낸 기관들이 하루아침에 적성국과 같은 취급을 받으며 배제됐거든요.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이 핵무기 연구를 함께했던 영국과의 협력을 '맥마흔 법(McMahon Act)'으로 끊어버렸던 1946년의 역사가, 2026년 AI 시대에 그대로 재현된 셈이라는 평가도 나와요.
조지타운대 헬렌 토너(Helen Toner)는 미국 AI 기업 안에 외국인 연구자가 워낙 많은 현실을 감안하면 이런 배타적 정책이 결국 연구개발 자체를 갉아먹을 거라고 우려해요. 그럼에도 행정부가 이걸 밀어붙이는 이유는 결국 하나, 중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에서 격차를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벌려놓겠다는 계산이에요.
흥미롭게도 트럼프는 며칠 뒤 로이터(Reuters)와의 인터뷰에서 "이제는 앤트로픽을 안보 위협으로 보지 않는다"며 한 번 더 말을 바꿨어요. 정책의 기준이 위협의 실체가 아니라 그날그날의 분위기에 따라 흔들린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려운 대목이에요.
이 결정의 파장은 곧장 의회로 넘어갔어요. 미 하원의 초당파 의원 4명이 하워드 루트닉(Howard Lutnick) 상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왜 하필 앤트로픽인가", "이게 다른 경쟁사에도 적용될 새 규제 표준인가"를 따져 물었어요. 상무부는 기술이 외국 군사·정보기관에 넘어갈 우려라는 원론적 답변만 내놓았을 뿐, 구체적인 근거는 끝까지 밝히지 않았죠.
일각에서는 이게 안보보다는 '괘씸죄'에 가깝다는 의심도 나와요. 앤트로픽이 작년 겨울 국방부와 자율 살상 무기·대규모 감시 활용을 두고 크게 충돌했고, 최근에는 한국 통신사에 미토스 접근 권한을 내준 일로도 행정부와 신경전을 벌였으니까요.
파이낸셜타임스(Financial Times)는 여기서 더 짚궃은 분석을 내놓았어요. 앤트로픽과 아모데이가 공개 발언에서 '위험', '규제', '취약성' 같은 단어를 OpenAI보다 8배나 자주 썼다는 거예요.
아모데이는 수출 금지가 내려지기 불과 며칠 전, 규제 당국이 너무 느리다고 비판하는 글을 직접 올리기도 했어요. '책임감 있는 AI'라는 이미지를 쌓기 위해 위험성을 선제적으로 알려온 전략이, 역설적으로 자기 손으로 자기 모델을 시장에서 격리시킨 셈이에요.
얀 르쿤(Yann LeCun) 전 메타 수석 과학자는 "우스꽝스러운 공포 조장이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며 냉소했고, 샘 알트만(Sam Altman) OpenAI CEO는 "우리가 폭탄을 만들었다고 말하는 게 기가 막힌 마케팅"이라고 비꼬았어요.
전 백악관 AI 차르 데이비드 색스(David Sacks)는 한술 더 떠, 앤스로픽이 제기된 보안 우려를 가볍게 여긴 탓에 정부가 '마지못해' 차단 카드를 꺼냈다고 폭로하며 불에 기름을 부었어요.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 프랑스 대통령은 이런 식의 일방적 조치가 동맹국 간 기술 협력 자체를 흔들 수 있다고 경고했고요.
새로운 기술의 위험을 투명하게 알리는 게 기업의 윤리적 의무인지, 아니면 제 발등을 찍는 자해 행위인지. 앤트로픽의 이번 사례는 그 경계가 생각보다 훨씬 좁다는 걸 보여줘요.
전쟁터로 끌려간 AI
통제권 다툼이 가장 살벌하게 드러난 곳은 다름 아닌 전쟁터예요. 영화 속 스카이넷(Skynet)의 그림자가 현실로 다가왔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에요. 미 국방부가 이란과의 작전에서 일론 머스크(Elon Musk)의 그록(Grok)을 표적 타격에 활용했다고 밝히면서 큰 파장이 일었어요.
미 법무부가 법원에 제출한 문서에 따르면, AI 기반 타격 프로그램인 메이븐 프로젝트(Maven Project)에 그록의 정부 모델이 핵심 역할을 했고, 이 덕분에 작전 초기 96시간 동안 2,000개 넘는 표적에 2,000발 이상의 폭탄을 정확히 투하할 수 있었다고 해요. AI가 인간의 판단을 돕는 보조 수준을 넘어, 압도적인 속도와 규모로 전쟁의 양상 자체를 바꿔놓은 셈이에요.
원래 이 자리는 앤트로픽의 클로드(Claude)가 맡고 있었어요. 하지만 완전 자율 타격과 대중 감시 활용을 윤리적인 이유로 거부하면서, 미 정부는 지난 2월 곧바로 계약을 해지했죠. 최소한의 선을 지키려던 쪽은 밀려나고, 그 자리를 머스크의 xAI가 채운 거예요. 구글(Google) 내부에서도 군사적 AI 활용에 반대하는 직원 수백 명이 반발했지만, 결국 무기화에 동조한 쪽만이 국가 안보의 핵심 파트너 자리에 남았어요.
더 역설적인 건 이 군사 기밀이 드러난 배경이에요. 미국 흑인지위향상협회(NAACP)가 미시시피주 xAI 데이터센터의 무허가 가스 터빈 가동이 유색인종 밀집 지역의 대기를 오염시킨다며 환경 소송을 냈는데, 미 법무부가 나서서 이 소송이 군사 작전을 지원하는 AI 인프라의 전력 공급을 위협한다며 기각을 요청했어요.
해외에서의 전쟁 수행을 위해 자국민의 건강권은 눈감아 달라는 논리인 셈이에요. 국가 안보라는 이름이 기업의 환경 파괴까지 정당화해주는 면죄부가 되어버린 거죠. 통제받지 않는 권력이 AI와 결합했을 때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이만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장면도 드물어요.
가성비로 무장한 중국의 역습
미국이 수출 통제로 빗장을 걸어 잠그는 동안, 중국은 정반대 전략으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어요. 즈푸AI(Zhipu AI)의 신모델 'GLM 5.2'나 딥시크(DeepSeek)는 글로벌 벤치마크(Benchmark)에서 최상위권 성능을 내면서도, API 이용 요금은 미국 최상위 모델의 10분의 1에도 못 미쳐요. 보안과 신뢰성을 우려하며 중국 AI를 외면하던 미국 기업들조차, 압도적인 비용 절감 앞에서는 흔들리고 있어요.
수치도 명확해요. AI 모델 중개 플랫폼 오픈라우터(OpenRouter)에 따르면 2025년 초만 해도 10% 미만이었던 중국 AI 모델의 사용 점유율이 최근 60% 안팎까지 치솟았어요. 미국 기업들은 쉬운 작업은 저렴한 중국 오픈소스에 맡기고, 복잡한 과제만 OpenAI나 앤트로픽의 최상위 모델에 넘기는 '어드바이저 모델(Advisor Model)'을 너도나도 도입하며 비용을 줄이고 있어요.
이건 8,000억 달러가 넘는 기업가치로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인 OpenAI와 앤트로픽에게 꽤 위협적인 흐름이에요. 이들의 몸값은 결국 '대체재가 없다'는 전제 위에 서 있으니까요. 막대한 자본과 컴퓨팅 자원을 쏟아부어 비싼 이용료를 받는 수익 모델이, 초저가를 무기로 한 중국의 역습 앞에서 근본적인 도전을 받고 있는 거예요.
흥미로운 건 미·중의 전략이 정반대라는 점이에요. 중국은 반도체 수출 통제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효율과 오픈소스 생태계로 점유율을 잠식하고 있고, 미국은 앤트로픽 사례처럼 최신 모델의 해외 수출 자체를 막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어요.
기술을 금고에 가둬두는 전략과, 가장 저렴하고 빠르게 퍼뜨리는 전략. 어느 쪽이 결국 미래의 표준을 쥐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어요. 다만 전 세계 개발자들의 일상 속으로 가장 먼저, 가장 싸게 스며든 기술이 결국 표준의 자리를 차지해 온 게 지금까지의 기술사였다는 점은 곱씹어볼 만해요.

사내 변호사가 막아선 혁신
권한과 통제의 충돌은 거대한 국가 단위에서만 벌어지는 게 아니에요. 7년간 구글에서 일했던 저스틴 포넬트(Justin Poehnelt)의 사례는 그 충돌이 조직 안에서도 똑같이 일어난다는 걸 보여줘요. 그가 개인적으로 만든 '구글 워크스페이스 CLI'는 공개되자마자 해커뉴스(Hacker News) 1위에 오르고 깃허브(GitHub)에서 수천 개의 별을 받으며 며칠 만에 수천 명의 사용자를 끌어모았어요.
처음엔 경영진도 이 성공에 관심을 보였지만, 분위기는 곧 차갑게 바뀌었어요. 법무팀이 깃허브 저장소에 구글 로고와 브랜드 색상을 썼다는 이유로 그를 압박하기 시작했거든요. 사용자들이 열광한 혁신적인 결과물 앞에서, 거대 기업 특유의 엄격한 규정과 상표권 잣대가 먼저 들이밀어진 셈이에요. 포넬트는 이 징계 이면에 '기존 체제 파괴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고 꼬집었어요. 새로운 에이전트(Agent) 환경이 워크스페이스에 가져올 변화를 경계한 일부 리더들의 판단이었다는 거예요.
정작 가장 아이러니한 대목은 그가 해고되기 불과 이틀 전, 구글이 공식 행사에서 자체 워크스페이스 CLI 출시를 발표했다는 점이에요. 회사는 직원의 혁신을 징계하면서도, 결국 그가 먼저 닦아놓은 방향을 그대로 따라간 셈이죠. 비대해진 조직일수록 통제력에 대한 집착이 바닥에서 자라나는 창조성을 더 쉽게 짓누른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예요. 오늘날 빅테크 기업들이 정말 지켜야 할 게 경직된 내부 규정인지, 아니면 유연한 혁신의 정신인지를 묻게 만드는 장면이고요.
가속 페달과 조향 장치 사이
이 모든 통제권 다툼을 한자리에 펼쳐놓고 본 무대가 있었어요. 파리에서 열린 비바테크(VivaTech) 행사예요. 제프 베이조스(Jeff Bezos) 아마존 창업자는 AI가 일자리를 빼앗을 거라는 공포를 일축했어요.
과거 산업혁명 때 '굴착기와 삽'의 비유처럼, 기계가 인간의 일을 빼앗은 게 아니라 인간이 할 수 없던 일을 가능하게 만들었다는 거예요. 그는 AI 역시 인간의 제약을 허물어 오히려 극심한 '노동력 부족'을 부를 거라는 낙관론을 펼쳤어요.
하지만 이미 기술 업계에서는 AI를 이유로 한 대규모 해고가 현실이 됐죠. MS의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 CEO는 AI를 단순한 일자리 감축 도구로 써서는 안 된다며, '인간 자본'과 'AI 토큰'을 결합해 일을 재편해야 한다고 맞섰어요.
얀 르쿤은 앤트로픽의 페이블 5 셧다운 사태를 거론하며 "소수만이 AI를 통제할 수 있다는 오만"이라고 비판했어요. 특정 기업이 세상을 좌우하는 구조를 깨고, 각국이 자기 언어와 가치관을 반영한 오픈소스 모델로 'AI 주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거예요. 나델라 역시 소수의 프런티어(Frontier) 모델에 의존하는 흐름을 경계하며, 더 저렴하고 민주화된 생태계로 '사회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어요.
암 발병 고위험군인 엠마 피어슨(Emma Pierson) 교수의 고백은 이 모든 논쟁의 핵심을 가장 솔직하게 찌르는 말이었어요. AI가 하루빨리 암을 정복해주길 누구보다 바라면서도, 동시에 AI 발전이 좀 늦춰지길 바란다고 했거든요. 일자리 감소와 불평등, 오남용을 받아낼 제도가 전혀 마련되지 않은 채 벌어지는 속도전이 인류에게 너무 위험하다는 이유였어요.
결국, 핸들은 누구의 손에
이번 한 달 동안 살펴본 장면들을 나란히 놓아보면 묘해요. 유타주는 처방전에 서명할 권한을 AI에게 슬쩍 내주었고, 어느 게이머는 단돈 몇 달러로 1,800명짜리 디지털 왕국의 절대 권력자가 됐어요.
백악관은 가장 안전하다고 자부하던 모델의 접속을 하루아침에 끊어버렸고, 같은 모델은 정작 전쟁터에서는 경쟁 모델에게 자리를 내준 채 밀려나 있었어요. 구글은 직원의 혁신을 징계하면서 그 혁신을 그대로 따라갔고, 중국은 빗장을 걸어 잠근 미국 시장의 틈새를 가성비로 파고들고 있어요.
정부의 행정명령, 기업의 법무팀, 군대의 작전, 그리고 한 사람의 API 키. 통제권을 쥐려는 손은 이렇게나 많고 다양한데, 정작 그 손들이 같은 기준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확신은 어디에도 없어요.
베이조스의 말처럼 AI가 정말 노동력 부족을 해결해 줄지, 르쿤의 말처럼 소수의 손에 갇힌 통제가 결국 오만으로 끝날지, 아니면 피어슨 교수의 말처럼 속도 그 자체가 가장 큰 위험으로 남을지. 아직은 누구도 확실히 답하지 못해요.
같은 한 달 사이에 가장 안전한 모델이 가장 먼저 문을 닫았고, 가장 위험한 모델이 가장 먼저 전쟁터에 불려 나갔다는 사실도 이 혼란을 고스란히 보여줘요.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해요. 가속 페달을 밟을 손은 차고 넘치는데, 방향을 잡아줄 조향 장치를 쥔 손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요. 그 손이 누가 될지, 에코 멤버님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해요.

Cinnamomo di Moscata (글쓴이) 소개
게임 기획자입니다. https://www.instagram.com/cinnamomo_di_moscata/
(1) 김유신. (2026). "의사 대신 AI가 약 처방?"…미국 의료계 발칵 뒤집은 실험. 매일경제. https://www.mk.co.kr/news/world/12078939
(2) Mr-Nilsson_85. (2026). Private server with 1800 bots, AI Chat, Deepseek api, proof of concept!. Reddit. https://www.reddit.com/r/wowservers/comments/1u8k6lm/private_server_with_1800_bots_ai_chat_deepseek
(3) Editor. (2026). Donald Trump's blocking of Anthropic is capricious and chaotic. Economist. https://www.economist.com/briefing/2026/06/14/donald-trumps-blocking-of-anthropic-is-capricious-and-chaotic
(4) Shashank Joshi. (2026). "This now widely circulated claim is based on a line I wrote last week (https://t.co/cygMlroojn). I accurately quoted Mark Warner, vice chair of the Senate intelligence committee, saying that the NSA chief had told him that Mythos "broke into almost all of our classified systems,". X. https://x.com/shashj/status/2068704535124508717
(5) Axios. (2026). 이란, 중국, 그리고 미국의 힘에 대하여: 트럼프 대통령 | Axios 쇼. YouTube. https://www.youtube.com/watch?v=UuxNyX7We5U
(6) Maria Curi. (2026). Exclusive: Trump tells "The Axios Show" that Anthropic was a national security threat. Axios. https://www.axios.com/2026/06/19/trump-anthropic-national-security-the-axios-show
(7) Ryan Patrick Jones. (2026). Trump tells Axios he no longer views Anthropic as national security threat. Reuters. https://www.reuters.com/world/us/trump-tells-axios-he-no-longer-views-anthropic-national-security-threat-2026-06-19/
(8) Ian Duncan. (2026). Lawmakers demand answers on the administration's Anthropic restrictions. Washington Post. https://www.washingtonpost.com/technology/2026/06/18/house-members-want-answers-export-controls-placed-anthropic-fable/
(9) Clara Murray. (2026). Did Anthropic talk its way into an AI export ban?. Financial Times. https://www.ft.com/content/16ace46c-aeac-40c9-8598-3c01fa4481cb?syn-25a6b1a6
(10) Deirdre Bosa, Jasmine Wu. (2026). Cheap AI could derail OpenAI and Anthropic's IPOs. CNBC. https://www.cnbc.com/2026/05/20/cheap-ai-could-derail-openai-and-anthropics-ipos.html
(11) 한애란. (2026). "앤트로픽 버렸다" 미국 개발자들이 중국 AI로 갈아타는 이유[딥다이브]. 동아일보. https://www.donga.com/news/Economy/article/all/20260624/134171445/1
(12) Justin Poehnelt. (2026). "Two months ago I was fired by Google for creating the Google Workspace CLI. It went viral, hit #1 on Hacker News, gained thousands of GitHub stars and many thousands of actual users in just a couple days. It was an incredible, confusing journey, from directors and leaders asking https://t.co/VprDW9DO9y". X. https://x.com/JPoehnelt/status/2069482265953087602
(13) Theo Wayt. (2026). Pentagon Says It Used xAI's Grok in Iran War as DoJ Fights Data Center Lawsuit. The Information. https://www.theinformation.com/briefings/pentagon-says-used-xais-grok-iran-war-doj-fights-data-center-lawsuit
(14) Le Monde with AFP. (2026). Musk's AI, Grok, was used in strikes in Iran, reveals Pentagon. Le Monde. https://www.lemonde.fr/en/international/article/2026/06/17/elon-musk-s-ai-grok-was-used-in-strikes-in-iran-the-pentagon-revealed_6754575_4.html
(15) Catherina Gioino. (2026). 'AI is going to create a labor shortage': Jeff Bezos sees more jobs being created in the new economy, not less. Fortune. https://fortune.com/2026/06/17/ai-create-more-jobs-labor-shortage-jeff-bezos/
(16) Bradley Olson and Tina Li. (2026). Microsoft's Satya Nadella: We Can't Let AI Giants Eat the Economy. Wall Street Journal. https://www.wsj.com/tech/ai/microsofts-satya-nadella-we-cant-let-ai-giants-eat-the-economy-b9d33b9f
(17) Emma Pierson. (2026). I'd Rather Risk Cancer Than See AI Move This Fast. The Atlantic. https://www.theatlantic.com/technology/2026/06/ai-cancer-progress/687654/
(18) BFM Business. (2026). "Ils veulent tous assurer leur souveraineté en matière d'IA, et je pense qu'ils ont raison": à Vivatech, le chercheur français Yann Le Cun défend le droit des États à être maîtres de leur destinée technologique. BFM Tech. https://www.bfmtv.com/tech/intelligence-artificielle/ils-veulent-tous-assurer-leur-souverainete-en-matiere-d-ia-et-je-pense-qu-ils-ont-raison-a-vivatech-le-chercheur-francais-yann-le-cun-defend-le-droit-des-etats-a-etre-maitres-de-leur-destinee-technologique_AD-202606170883.htm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