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과 같이
시험장에서 스스로 진화하는 AI!
우리가 학창 시절, 교과서에도 나오지 않는 정말 까다로운 '킬러 문항'을 마주했을 때를 한번 떠올려 볼까요? 단순히 달달 외웠던 지식을 끄집어내는 것만으로는 도저히 풀 수 없는 그런 문제들 말이에요. 그럴 때 우리는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해 보고, 틀리면 다시 전략을 수정하면서 실시간으로 해답을 찾아가곤 하죠.
그런데 지금까지의 거대언어모델(LLM)은 조금 달랐어요. 학습이 끝나는 순간 모델의 지식은 그대로 '동결(frozen)'되어 버리거든요. 그래서 새로운 문제를 만나면 그저 기존에 배웠던 데이터 안에서 가장 그럴싸한 답을 추론(Inference)해낼 뿐이었죠. 마치 시험장에 들어간 학생이 더 이상 공부는 하지 않고, 머릿속에 있는 것만으로 답을 찍는 것과 비슷해요.
그런데 최근 스탠퍼드 대학(Stanford University)과 엔비디아(NVIDIA) 등이 참여한 연구진이 'TTT-Discover(Test-Time Training to Discover)'라는 아주 흥미로운 기술을 발표하며 AI의 한계를 뛰어넘을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했어요.
이 기술의 핵심은 아주 단순하면서도 혁신적이에요. 바로 AI가 시험을 치르는 도중에도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 RL)을 통해 스스로를 훈련시킨다는 점이거든요. 기존의 AI가 '찍기'에 의존하는 수동적인 학생이었다면, TTT-Discover를 장착한 AI는 문제를 분석하고 그 자리에서 실력을 키워 답을 찾아내는 능동적인 '연구자'에 가까워진 셈이에요.
사실 과학적 발견이나 난제 해결에 있어서 중요한 건 '평균적으로 무난한 답'이 아니잖아요? 기존의 상식을 뛰어넘는 '단 하나의 탁월한 해답'이 필요하죠. 연구진은 이를 위해 단순히 정답을 찾을 때까지 여러 번 시도하는 탐색(Search) 방식을 넘어, 모델이 해당 문제에 특화된 경험을 쌓고 가중치(weights)를 스스로 업데이트하도록 설계했어요. 그 결과는 정말 놀라웠답니다.
TTT-Discover는 수십 년간 수학계의 난제였던 '에르되시의 최소 중첩 문제(Erdős's discrepancies problem)'에서 기존의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고, GPU 커널 엔지니어링 대회에서는 인간 전문가보다 최대 50%나 빠른 연산 속도를 구현하는 코드를 찾아내기도 했어요. 심지어 생물학 분야의 단일 세포 RNA 분석에서도 최첨단 성능을 입증했다고 하니, 정말 대단하지 않나요?
더욱 주목할 만한 점은 이 모든 성과가 구글(Google)이나 OpenAI가 꽁꽁 숨겨둔 최신 폐쇄형 모델이 아니라, 누구나 쓸 수 있는 오픈 모델인 'gpt-oss-120b'를 기반으로 달성되었다는 사실이에요. 문제당 수백 달러 수준의 비용만으로 슈퍼컴퓨터(supercomputer)나 천재적인 인간 전문가의 영역을 넘보는 성과를 낸 것이죠.
TTT-Discover의 등장은 AI가 단순히 방대한 데이터를 검색하고 조합하는 도구를 넘어, 낯선 환경에서 스스로 학습하고 해답을 창조해 내는 '기계 과학자(Machine Scientist)'로 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활짝 열어주었어요. "배움에는 끝이 없다"라는 옛말은 이제 인간뿐만 아니라, 난제를 마주한 AI에게도 통하는 명제가 되어가고 있네요.
AI 기억의 퍼즐을 맞추다
"기억은 모든 것의 저장고이자 파수꾼이다." 로마의 철학자 키케로(Cicero)가 남긴 말처럼, 지능의 본질은 결국 과거를 축적하고 이를 통해 현재를 판단하는 능력에 있어요. 최근 거대언어모델(LLM)의 발전 속도가 눈부시지만, 진정한 AGI로 나아가기 위해 꼭 맞춰야 할 마지막 퍼즐 조각은 바로 '기억(Memory)'이었어요.
그런데 최근 북경대학교(Peking University) 연구진이 발표한 서베이 논문이 AI가 인간의 뇌 구조를 모방해 어떻게 기억 시스템을 진화시키고 있는지에 대한 아주 흥미로운 청사진을 보여주고 있어 화제예요.
이 논문은 AI의 기억 메커니즘을 인간의 뇌, 그중에서도 '상보적 학습 시스템(Complementary Learning Systems)' 이론에 빗대어 세 가지로 분류해서 설명하고 있어요.
첫 번째는 '암묵적 기억(Implicit Memory)'인데, 이는 우리 뇌의 대뇌 신피질(Neocortex)과 비슷해요. 트랜스포머(Transformer) 모델이 사전 학습(Pre-training)을 통해 파라미터 속에 꾹꾹 눌러 담은 방대한 언어 패턴과 세계 지식이 바로 여기에 해당하죠.
마치 우리가 오랜 시간 공부해서 얻은 상식이나 지식과 같지만, 한 번 학습되면 수정하기가 어렵고 어제 일어난 일 같은 새로운 정보를 바로 반영하기 힘들다는 한계가 있었어요.
두 번째는 '명시적 기억(Explicit Memory)'으로, 논문에서 강조하는 'AI 해마(AI Hippocampus)'의 영역이에요. 우리 뇌의 해마가 새로운 사건이나 경험을 빠르게 포착해서 저장하듯이, AI는 검색 증강 생성(RAG)이나 벡터 데이터베이스(Vector Database) 같은 외부 저장소를 통해 실시간으로 필요한 정보를 '인출'해 내는 거죠.
모델 전체를 다시 공부시키는 막대한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AI가 최신 뉴스를 알고 엉뚱한 소리를 하는 환각 현상(Hallucination)을 줄이며 사실에 입각한 똑똑한 답변을 할 수 있게 만드는 핵심 기술이랍니다.
마지막은 '에이전트 기억(Agentic Memory)'으로, 인간의 전두엽(Prefrontal Cortex) 역할을 수행해요. 이건 단순히 정보를 저장하는 걸 넘어서요, 작업 기억(Working Memory)을 유지하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며 의사결정을 내리는 '실행 제어' 기능이에요. AI 에이전트는 이 기억을 통해 사용자와 나눴던 예전 대화를 떠올리고, 실수했다면 그걸 통해 배우며 스스로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요.
이제 AI의 기억은 단순히 텍스트를 넘어 시각, 청각 등 멀티모달(Multi-modal) 영역으로까지 확장되고 있어요. 로봇이 낯선 곳을 돌아다니거나 긴 영상을 보고 내용을 이해하려면 다양한 감각 정보를 통합해서 저장하고 불러오는 능력이 필수적이니까요.
ChatGPT 광고, 왜 이렇게 비쌀까?
"CPM(1000회 노출당 비용) 60달러."OpenAI가 챗GPT(ChatGPT)에 광고를 도입하겠다고 하면서 내놓은 가격표가 시장을 발칵 뒤집어 놓았어요. 이게 어느 정도 수준이냐면요, 우리가 매일 쓰는 페이스북(Facebook)이나 인스타그램(Instagram) 같은 메타(Meta)의 광고 단가가 보통 20달러 미만인 걸 감안하면 무려 3배 이상 비싼 거예요.
심지어 미국 최고의 프리미엄 광고 자리로 꼽히는 NFL(미식축구) 생중계나 타깃형 스트리밍 광고와 맞먹는 금액이라니, 디지털 광고 시장의 후발주자인 OpenAI가 부르는 '몸값'치고는 정말 파격적이죠? 도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이렇게 비싼 가격을 부르는 걸까요?
그 자신감의 원천은 바로 '대화의 맥락'에 숨어 있어요. 기존 SNS 광고는 우리가 친구 소식을 보려고 피드를 쓱쓱 내리는 도중에 우연히 끼어들어 노출되는 방식이잖아요? 하지만 챗GPT의 광고는 사용자가 직접 질문을 하고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가장 적절한 순간에 답변 하단에 쏙 배치돼요.
사용자가 지금 당장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하는지에 대한 강력한 의도(Intent)가 이미 파악된 상태에서 보여주기 때문에, 광고를 스쳐 지나가는 게 아니라 정말 필요한 정보로 받아들일 확률이 훨씬 높다는 계산인 거죠.
물론 챗GPT의 광고 시스템은 아직 걸음마 단계예요. 디인포메이션(The Information)의 보도에 따르면, 현재 OpenAI는 광고 대행사도 끼지 않고 직접 광고주를 만나고 있고, 제공하는 데이터도 고작 몇 명이 봤고 몇 명이 클릭했는지 정도(Impression & Click)에 그친다고 해요.
구글(Google)이나 메타가 제공하는 '구매 전환' 추적이나 아주 상세한 사용자 행동 분석 같은 정교한 성과 지표는 아직 부족한 실정이죠. 광고주 입장에서는 "비싼 돈을 냈는데, 진짜 물건이 팔렸는지 확인하기가 영 어렵네"라고 볼멘소리를 할 수도 있는 상황이에요.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의외로 뜨거워요. 이미 내로라하는 유명 대기업들이 초기 광고 물량을 선점하려고 줄을 섰다는 소식이 들려오거든요. 이건 아마 챗GPT가 가진 방대한 사용자 기반과 '최첨단 AI'라는 브랜드 이미지가 주는 매력 때문일 거예요. OpenAI는 이를 발판으로 2027년 말까지 무료 사용자 대상 광고로만 무려 110억 달러(약 15조 원)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야심 찬 목표까지 세웠답니다.
챗GPT의 광고 시장 진입은 그동안 검색 광고의 구글과 디스플레이 광고의 메타가 양분해 온 디지털 광고 생태계에 큰 균열을 예고하고 있어요. 관건은 '데이터 고도화'가 될 것 같아요.
100배 더 똑똑해질 AI
2026년 1월, OpenAI의 타운홀 미팅은 AI가 도달한 현재의 높이와 앞으로 마주할 가파른 경사를 동시에 보여주는 자리였어요. 샘 알트만(Sam Altman)은 GPT-5가 보여준 놀라운 추론 및 코딩 능력에 자부심을 드러내면서도, 사용자들 사이에서 "글쓰기 능력은 오히려 퇴보했다"는 지적이 나오자 솔직하게 "우리가 망쳤다(screwed up)"고 시인했어요. 이는 한정된 컴퓨팅 자원을 '지능'과 '공학적 해결 능력'에 집중적으로 쏟아붓다 보니 발생한 필연적인 불균형, 즉 발전의 '뾰족함(spikiness)' 때문이었다고 해요.
하지만 이번 타운홀의 진짜 핵심은 모델의 성능 개선 그 자체가 아니었어요. 바로 AI가 몰고 올 경제적, 사회적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에 대한 이야기였죠. 알트만은 2027년 말까지 현재의 최상위 모델 지능을 지금보다 100배 더 저렴하게, 그리고 100배 더 빠르게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공언했어요. 이게 무슨 뜻일까요? 쉽게 말해 개인이 '무제한의 대학원생(unlimited grad students)'을 거느리고 연구를 시키는 것과 같은 엄청난 효과를 낳게 된다는 거예요.
실제로 과학자들은 이미 내부용 GPT-5.2 버전을 통해 사소하지 않은 과학적 진보를 이뤄내고 있다고 하니, AI가 단순한 보조 도구를 넘어 연구의 주체로 진입하고 있다는 신호탄인 셈이죠.
하지만 빛이 밝을수록 그림자도 짙은 법이잖아요. 알트만은 2026년 가장 우려되는 리스크로 '바이오 보안(Bio-security)'을 꼽았어요. 기술적으로 차단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사회 전체의 사고방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그의 경고는 어딘가 섬뜩하게까지 들려요.
게다가 기업들의 채용 분위기도 심상치 않아요. OpenAI조차 "AI를 통해 더 적은 인원으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판단하에 채용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밝혔거든요. 이는 노동 시장에서 '고용'이라는 개념 자체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음을 의미해요.
'매직 버튼' 뒤 뜨거운 데이터센터와 휴머니즘
우리는 매일 아무렇지 않게 생성형 AI의 채팅창에 질문을 입력하고, 단 몇 초 만에 쏟아지는 답변을 마법처럼 받아들이죠. 하지만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의 로건 킬패트릭(Logan Kilpatrick)과 구글 펠로우 에마누엘 타로파(Ema Taropa)의 대담을 들어보면, 이 단순해 보이는 '매직 버튼' 뒤에 상상을 초월하는 거대한 인프라와 엔지니어들의 치열한 사투가 존재한다는 걸 깨닫게 돼요.
에마누엘은 제미나이(Gemini)와 같은 거대 모델을 전 세계 수십억 사용자에게 서비스하는 과정을 '스모크 점퍼(Smoke Jumpers)'에 비유했어요. 산불을 끄기 위해 화마 속으로 낙하산을 타고 뛰어드는 소방관들처럼, 구글의 인프라 팀은 예측 불가능한 트래픽 폭주와 기술적 난제라는 불길 속으로 매일 뛰어든다는 거죠.
그는 "쉬운 버튼(Easy Button) 같은 건 없다"고 딱 잘라 말해요. 모델 트레이닝이 끝났다고 끝이 아니에요. 그것을 실제 서비스로 구현해 내는 과정은 단순한 배포가 아니라, 수많은 최적화와 트레이드오프(Trade-off)가 교차하는 고도의 엔지니어링 예술이거든요.
특히 인상적인 건 구글이 가진 '풀 스택(Full-stack) AI' 전략의 힘이에요. 7세대 TPU와 같은 자체 하드웨어부터 모델 학습, 그리고 서빙 인프라에 이르는 수직적 통합은 구글만이 가진 독보적인 무기죠. 이는 단순히 비용을 아끼는 차원을 넘어서, 제미나이 1.5 플래시나 3.0 프로 같은 모델들이 압도적인 성능과 효율성을 동시에 가질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거든요.
하지만 이런 거대한 기술적 성취보다 더 마음을 울리는 건 그 속에 흐르는 '휴머니즘'이었어요. 에마누엘은 20년 가까이 동고동락해 온 팀원들과의 전우애(Esprit de corps)를 강조했는데요, 그가 자전거 사고로 큰 부상을 당했을 때 동료들이 보여준 헌신, 그리고 고강도의 업무 환경 속에서도 서로를 지탱해 주는 끈끈한 유대감은 기술 기업이 잊기 쉬운 '사람의 온기'를 보여주더라고요.
결국 AI라는 차가운 기술을 지탱하는 것은 가장 뜨거운 인간의 열정인 셈이죠.
사용자에게는 그저 텍스트 한 줄일지 모르지만, 그 뒤에는 전 세계에 흩어진 데이터센터(Data Center)의 불빛과 엔지니어들의 땀방울이 배어 있어요. 제미나이의 진화는 단순히 모델 파라미터의 확장이 아니에요. 그것은 "최고의 기술을,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가장 효율적으로 제공하겠다"는 구글 인프라 팀의 철학이 빚어낸 결과물이죠.
부의 80%를 기부한 천재들!
2026년 1월, AI 기업 앤트로픽(Anthropic)의 다리오 아모데이(Dario Amodei)를 포함한 공동 창업자 7인 전원이 자신들의 재산 80%를 기부하겠다고 선언해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어요. 포브스(Forbes) 추산으로 1인당 37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5조 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부를 사회에 내놓겠다는 건데요. 이 파격적인 공약은 단순한 자선 행위 이상의 아주 묵직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어요. 바로 "사회를 붕괴시킬 수도 있는 수준의 부의 집중"에 대한 내부자의 경고 말이에요.
불과 3년 전만 해도 41억 달러 가치였던 앤트로픽은 현재 3,500억 달러(약 480조 원) 규모의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어요. OpenAI 역시 7,500억 달러 가치를 훌쩍 넘고요. 이런 폭발적인 성장은 소수의 기술 엘리트들에게 역사상 유례없는 부를 안겨주었죠.
아모데이가 콕 집어 지적했듯이, 일론 머스크(Elon Musk)의 자산은 이미 19세기 '도금시대(Gilded Age)'의 상징인 석유왕 록펠러(Rockefeller)의 전성기 부를 넘어섰다고 해요. 문제는 이런 부의 편중이 AI의 경제적 파급력이 본격화되기도 전에 일어난 '예고편'에 불과하다는 점이에요.
AI는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높여주지만, 동시에 인간 노동의 가치를 급격히 떨어뜨리고 있어요. 엔트리 레벨의 사무직 일자리 절반이 사라지고, 유망 직종이라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조차 설 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전망은 이제 더 이상 공상과학이 아니거든요.
일론 머스크가 말했던 "노동이 선택이 되는 시대", 즉 텃밭을 가꾸듯 취미로 일하는 시대는 낭만적으로 들리지만요, 그 이면에는 소득이 없어진 대다수 인류를 어떻게 부양할 것인가라는 생존의 문제가 도사리고 있어요.
앤트로픽 창업자들의 기부 서약은 기술 낙관론 뒤에 숨겨진 이러한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직시한 결과라고 볼 수 있어요. 아모데이는 테크 업계 일각에 퍼진 "기부는 위선"이라는 냉소주의를 비판하면서, 막대한 부를 거머쥔 이들에게는 불평등을 해결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해요. 물론 기부만으로 시스템의 붕괴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겠죠.
하지만 AI가 시장 경제의 규칙을 완전히 재편하기 전까지, 이 과도기를 버티게 할 사회적 안전망은 필수적이잖아요? 기술이 인간을 앞서 나가는 속도만큼 부의 격차도 빛의 속도로 벌어지고 있어요. 앤트로픽의 이번 결단은 AI 시대의 리더십이 기술적 혁신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파생될 사회적 파장에 대한 책임감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걸 보여줘요.
AI가 인간처럼 보이려고 애쓸 때
요즘 '창과 방패의 대결'이라는 말조차 좀 진부하게 느껴지죠? 최근 생성형 AI 생태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단순한 대결을 넘어, 서로가 서로를 학습하며 경계가 지워지는 아주 기묘한 아이러니를 보여주고 있어요. 그 중심에 시치 첸(Sichi Chen)이 공개한 클로드(Claude) 코드용 플러그인, '휴머나이저(Humanizer)'가 있답니다.
이 도구의 등장이 흥미로운 건 기술이 엄청나게 고도화되어서가 아니에요. 오히려 그 작동 방식이 보여주는 역설 때문이죠. 휴머나이저는 AI에게 "인간처럼 써라"라고 막연하게 지시하지 않아요. 대신 위키백과(Wikipedia) 편집자들이 AI가 쓴 글을 색출하기 위해 꼼꼼하게 정리해 둔 'AI 글의 24가지 특징'을 역이용해요. 경찰이 도둑을 잡기 위해 만든 수사 매뉴얼을, 도둑이 몰래 훔쳐보고 검문을 피하는 법을 배운 꼴이라고나 할까요?
위키프로젝트 'AI 클린업' 팀이 지난 1년여간 축적한 데이터는 정말 정교했어요. "과장된 수식어를 남발하지 말 것", "관광 홍보 책자 같은 표현을 피할 것", "기계적인 중립을 지키려 애쓰지 말 것". 이 지침들은 본래 인간의 영역을 지키기 위한 방벽이었죠. 하지만 첸은 이를 AI의 '스킬'로 변환해 버렸어요. 그 결과, AI는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했다" 같은 상투적인 문구 대신 "판이 뒤집혔다"는 직관적이고 인간적인 언어를 구사하게 됐죠.
결과는 꽤 충격적이에요. AI 탐지기들은 속수무책으로 무력화되고 있거든요. 애초에 탐지기들이 'AI스럽다'고 판단하는 기준 자체가 이미 학습되어 버렸으니까요. 물론 한계는 있어요. 이 도구는 글의 '스타일'을 바꿀 뿐, 내용의 정확성을 담보하지는 않거든요. 오히려 인간처럼 보이려고 의견을 갖도록 유도하다 보니, 객관성이 생명인 기술 문서나 코딩 주석에서는 오류를 범할 확률이 높다는 지적도 나와요.
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지점은 기술적 결함이 아니에요. '인간다운 글쓰기'의 정의가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이죠. 우리는 그동안 어색한 번역투나 지나치게 매끄러운 논리 전개를 보며 "이건 기계가 썼군"이라고 안심해왔잖아요. 이제 AI는 덜 정제되고, 더 주관적이며, 심지어 투박한 문체까지 흉내 내요. 프롬프트 한 줄로 스타일을 싹 갈아입는 시대에, 겉으로 보이는 문체만으로 인간과 기계를 구분하는 건 이제 불가능해졌어요.

'고용 없는 효율'의 공포!
2026년 1월, 영국에서 들려온 경고음이 심상치 않아요.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 기업들은 지난 1년간 AI 도입으로 인해 8%의 순이익 일자리 감소를 겪었다고 해요. 이는 독일, 미국, 일본 등 주요국 중에서 가장 높은 수치라는데요.
정말 아이러니한 것은 영국의 생산성이 AI 덕분에 11.5%나 증가했다는 점이에요. 대서양 건너 미국 기업들이 비슷한 생산성 향상을 누리면서도 오히려 고용을 늘린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이죠. 이는 AI가 '성장의 도구'가 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해고의 칼날'이 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아주 서늘한 증거예요.
문제는 이 '해고의 칼날'이 비단 영국만의 남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에요. 한국의 상황은 훨씬 더 급진적이고 파괴적일 수 있거든요. 최근 우리는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를 넘어, 몸을 가진 '피지컬 AI(Physical AI)'의 등장을 목격하고 있잖아요? 텍스트와 영상을 넘어 인간의 섬세한 육체노동까지 대체하는 로봇의 상용화가 코앞에 닥쳤어요. 전문가들은 피지컬 AI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국내 일자리의 4분의 1이 소멸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어요.
이미 변화는 시작되었죠. 며칠 밤을 새워야 했던 영상 작업은 AI가 몇 분 만에 뚝딱 해결하고, 콜센터는 '보이는 ARS'와 AI 상담원으로 대체되며 상담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어요. 심지어 건설 현장이나 외과 수술실 같은 고숙련 전문직 영역까지 AI 로봇이 넘보고 있는 실정이에요.
가장 뼈아픈 지점은 바로 청년 일자리의 붕괴예요. 영국 기업들은 2~5년 차 경력직 일자리를 줄이고 있고, 한국은행(Bank of Korea)은 지난 3년간 국내 청년 일자리 20만 개가 사라졌다고 분석했어요. 기업들이 신입사원을 뽑아 가르치는 대신, AI에게 기초 업무를 맡기고 바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경력직만 선호하기 때문이죠. 청년들이 경력을 쌓을 '사다리' 자체가 걷어차이고 있는 셈이에요.
물론 글로벌 경쟁 속에서 AI 도입을 늦출 수는 없어요. 그러나 '고용 없는 효율'은 결국 소비 위축과 사회적 갈등으로 이어져 우리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거예요. 이제는 노동시장의 재구조화가 정말 시급해요. 사라지는 일자리를 애석해하는 단계를 넘어, AI로 인해 밀려난 인력을 새로운 산업 수요에 맞춰 이동시키는 대대적인 '직업 재교육'과 '사회적 안전망' 확충이 필요해요.
거울 앞에서
우리는 지금까지 꽤 긴 여정을 함께했어요. 시험장에서 스스로 진화하는 '기계 과학자'의 탄생부터, 인간의 뇌를 닮아가는 기억(Memory) 시스템, 그리고 챗GPT 광고와 앤트로픽(Anthropic)의 기부가 보여주는 부의 재편, 마지막으로 인간의 문체마저 흉내 내는 '휴머나이저'의 역설까지. 이 모든 숨 가쁜 변화들이 가리키는 방향은 명확해요. AI는 더 이상 먼 미래의 공상과학이 아니라, 이미 우리 삶의 가장 깊숙한 곳을 파고들며 현실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는 사실이죠.
솔직히 조금은 두렵기도 해요. "고용 없는 효율"이라는 경고음처럼 나의 일자리가, 혹은 나의 창의성이, 어쩌면 나라는 존재의 고유함마저 위협받는 것 같아 불안할 수도 있고요. 기술이 인간을 앞서 나가는 속도가 너무 빨라 현기증이 날 지경이니까요. 하지만 거대한 파도가 밀려오고 있다고 해서, 그저 겁에 질려 웅크리고 있을 수만은 없잖아요?
결국 답은 다시 '사람'에게 있는 것 같아요. 구글의 거대한 데이터센터를 움직이는 것이 엔지니어들의 뜨거운 땀방울이었듯, AI라는 강력한 도구에 생명을 불어넣는 건 결국 우리의 '의도(Intent)'거든요. AI가 아무리 100배 더 똑똑해지고 인간처럼 매끄러운 답을 내놓는다 해도, "지금 우리에게 무엇이 중요한가?", "우리는 어떤 세상을 만들어가야 하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건 오직 우리뿐이에요.
지금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엔진을 손에 넣었어요. 이 엔진을 켜고 어디로 향할지는 전적으로 운전대를 잡은 우리의 손에 달려 있죠. 파도에 휩쓸려 떠내려갈 것인지, 아니면 그 파도 위에 올라타 더 넓은 바다로 나아갈지 결정해야 할 순간이에요. 이제, AI라는 거울 앞에서 에코 멤버님들 자신에게 진짜 질문을 던져볼 시간이에요. 멤버님들은 이 거대한 변화 속에서 무엇을 꿈꾸고 계신가요?

Cinnamomo di Moscata (글쓴이) 소개
게임 기획자입니다. https://www.instagram.com/cinnamomo_di_moscata/
(1) arXiv:2601.16175 [cs.LG]
(2) arXiv:2601.09113 [cs.AI]
(3) 황치규. (2026). 챗GPT 광고단가 얼마나 될까?..."메타 SNS 보다 3배 비싸". 디지털투데이. https://www.digital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624125
(4) OpenAI. (2026). OpenAI Town Hall with Sam Altman. YouTube. https://www.youtube.com/watch?v=Wpxv-8nG8ec
(5) Logan Kilpatrick. (2026). "A conversation with my friend and colleague Emanuel Taropa on scaling Gemini's serving infrastructure to support billions of users, the fun + craziness of new model launches, and more: ) https://t.co/S9w3zkBKYa". X. https://x.com/OfficialLoganK/status/2015899974857355298
(6) Preston Fore. (2026). Anthropic's billionaire cofounders are giving away 80% of their wealth: 'the thing to worry about is a level of wealth concentration that will break society'. Fortune. https://fortune.com/2026/01/27/anthropic-billionaire-cofounders-ceo-dario-amodei-giving-away-80-percent-of-wealth-fighting-inequality-ai-revolution/
(7) 박찬. (2026). 'AI 작성 글'처럼 보이지 않게 지시하는 클로드 코드 '스킬' 등장. AI타임스. https://www.ai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205864
(8) Irina Anghel. (2026). AI Job Cuts Are Landing Hardest in Britain, Morgan Stanley Says. Bloomberg. https://www.bloomberg.com/news/articles/2026-01-26/ai-job-cuts-are-landing-hardest-in-britain-morgan-stanley-says
(9) Lauren Almeida. (2026). AI is hitting UK harder than other big economies, study finds. The Guardian. https://www.theguardian.com/technology/2026/jan/26/ai-uk-jobs-us-japan-germany-australia
(10) 박진준. (2026). 피지컬 AI 도입되면 일자리 1/4 소멸?‥노동시장 재구조화 시급. MBC 뉴스. https://imnews.imbc.com/replay/2026/nwdesk/article/6795899_37004.htm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