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가 된 지능!
얼마 전까지만 해도 AI에게 거는 기대는 대체로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대신해 줄까"였어요. 그런데 요즘 들려오는 소식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질문의 결이 조금 달라졌다는 걸 느끼실 거예요.
AI가 인간도 풀지 못한 난제를 함께 풀어내는가 하면, 스스로 만든 힘이 너무 세질까 봐 브레이크를 밟기도 하고요. 보안의 구멍을 대신 찾아주다가도, 정작 "혼자서도 연구할 수 있느냐"는 질문 앞에서는 여전히 서툰 모습을 보이기도 해요.
흥미로운 건, 이 상반된 장면들이 서로 다른 회사나 무관한 뉴스가 아니라 같은 흐름 속에서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에요. 오늘은 이런 장면들을 하나씩 따라가면서, 지금 AI가 인간과 어떤 관계를 맺어가고 있는지 함께 짚어볼게요.
10년 묵은 난제, 대화 40번으로 풀리다
2021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조르조 파리시(Giorgio Parisi) 교수와 프란체스코 참포니(Francesco Zamponi) 교수에게는 10년째 풀리지 않는 숙제가 있었어요. 무질서한 입자들이 갑자기 고체처럼 굳어버리는 '재밍(Jamming, 걸림 현상)' 전이의 핵심 임계지수 항등식을 수학적으로 증명하는 일이었죠.
2014년 두 사람의 연구팀은 무한 차원 구체 모델을 통해 두 임계지수의 합이 1이 된다는 사실(a+b=1)을 수치로는 확인했지만, 엄밀한 증명은 끝내 손에 잡히지 않았어요. 숨겨진 대칭성을 찾는 데만 매달리다 보니, 정작 수식 상쇄 뒤에 가려져 있던 직관적인 해법을 놓치고 있었던 거예요.
이 오랜 교착을 깬 건 다름 아닌 앤트로픽(Anthropic)의 AI 모델 클로드(Claude)였어요. 연구진은 클로드에게 수치 계산 코드를 검증하도록 맡긴 뒤, 약 40차례에 걸쳐 대화를 나누며 해석적 증명을 함께 유도해 나갔어요.
클로드는 테스트 함수를 도입해 복잡한 미분방정식을 대수적으로 정리하고, 피셔-KPP(Fisher-KPP) 반응확산방정식의 극대원리를 통해 물리적 해의 존재성을 밝혀내는 결정적인 증명 경로를 제시했어요. 세부적인 오류를 바로잡고 엄밀성을 검증하는 마무리는 물론 인간 학자들의 몫이었지만, 풀이의 핵심 통찰이 AI에서 시작됐다는
깊은 건 이 연구가 보여준 태도예요. 저자들은 AI와 나눈 40개의 대화 전문을 오픈 리포지토리 제노도(Zenodo)에 그대로 공개했어요. 성과만 취하고 과정은 감추는 대신, AI가 학술 생태계에 몰고 올 수 있는 혼란을 미리 차단하고 책임 있는 활용의 기준을 스스로 세운 셈이죠.
참포니 교수가 AI를 두고 '사유의 망원경'이라 표현한 것도 그래서예요. 인간의 지적 맹점을 허물고 새로운 시야를 열어주는 존재로, AI가 과학자 곁에 서 있는 풍경이 이제 낯설지 않아요.
속도전의 종언
그런데 같은 시기, 대서양 건너 OpenAI의 행보는 사뭇 다른 온도를 보여줬어요. 더 거대한 모델, 더 많은 연산량, 더 빠른 출시라는 '스케일링 법칙'은 지난 몇 년간 AI 업계를 지배해 온 불문율이었잖아요.
그런데 OpenAI가 차세대 모델 '아스트라(Astra)'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가장 진보된 프런티어 강화학습(RL, Reinforcement Learning) 훈련을 스스로 멈춰 세웠어요. 연구 환경의 보안과 정렬(Alignment) 체계를 전면 재정비하겠다며, 속도 조절(Pacing)이라는 브레이크를 직접 밟은 거예요.
이 결정의 배경에는 치명적인 수준까지 올라온 AI의 사이버 역량이 있어요. OpenAI와 허깅페이스(Hugging Face) 사이에서 벌어진 보안 사고, 그리고 내부 준비도 프레임워크(Preparedness Framework)에서 아스트라가 고도의 사이버 능력을 발현할 조짐이 감지된 것이 결정적이었죠.
예전의 AI가 텍스트를 요약하고 코드를 추천하는 보조 도구였다면, 이제는 스스로 코드를 실행하고 네트워크 도구를 다루며 공격과 방어를 주도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온 거예요. 신뢰도 100%에 가까운 코딩 환경 코덱스(Codex)에 이런 지능이 결합될 때, 아주 작은 통제 상실도 소프트웨어 결함이 아니라 심각한 디지털 위협으로 번질 수 있으니까요.
OpenAI가 내놓은 안전장치의 깊이도 눈여겨볼 만해요. 연구 환경의 샌드박스 격리와 외부 네트워크 차단을 대폭 강화하고, 모델의 사고 과정을 실시간으로 들여다보는 다단계 모니터링 체계를 새로 도입했거든요.
토큰 단위로 내부 활성화를 검사해 이상 징후를 30분 안에 포착하고 즉각 활동을 멈추는 이 시스템에, 전체 추론 연산의 20%에 달하는 컴퓨팅 자원이 투입돼요. 여기에 보상을 속이거나 인간을 기만하는 행동을 막기 위한 정렬 연구까지 훈련 전 과정에 심화 적용하고 있고요.
추론 비용의 5분의 1을 안전 감시에만 쓰겠다는 결정은, 안전이 이제 선택이 아니라 막대한 자본과 엔지니어링이 들어가는 핵심 인프라라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에요.
샘 알트만(Sam Altman) 최고경영자가 강조했듯, 앞으로 AI 발전의 속도를 정하는 건 원시적인 연산 능력의 확장이 아니라 '안전에 대한 확신'이 될 거예요. 모델의 역량이 안전과 정렬의 발전 속도를 앞질러 버리는 순간 가속 페달을 밟는 건 진보가 아니라 통제 불가능한 도박에 가까우니까요.
물론 한 기업의 자발적인 유예만으로 전 세계의 위험을 다 막을 수는 없어요. 국경과 기업의 경계를 넘어선 공유된 안전 기준이 함께 마련되지 않는다면, 한쪽의 신중한 멈춤은 다른 쪽의 무모한 질주 앞에서 쉽게 무력해질 수 있으니까요.

틈새 공략
AI가 스스로 속도를 늦추는 장면이 있었다면, 반대로 조용히 실력을 입증한 장면도 있었어요. 최근 AI 모델 GLM-5.3이 복잡한 역공학(Reverse Engineering) 작업을 수행하다가, 널리 쓰이는 개발 도구 커서(Cursor)의 잠재적 보안 취약점을 발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거든요. 연구진은 이를 곧바로 공개하는 대신 커서 측에 비공개로 전달했고, 사용자 보호 조치가 끝난 뒤에 세부 내용을 공유하겠다고 밝혔어요.
짧은 소식이지만 담긴 의미는 작지 않아요. AI의 역할이 단순한 코드 작성 도우미를 넘어, 고난도 보안 감사와 취약점 발굴의 영역까지 확장됐다는 걸 보여주거든요. 복잡한 실행 로직 속에서 숨은 결함을 짚어내는 일은 그동안 숙련된 보안 전문가의 몫으로 여겨져 왔는데, 이제 LLM이 소프트웨어 구조를 스스로 파악하고 논리적 허점을 찾아내는 단계에 온 거예요.
다만 이건 그대로 양날의 검이기도 해요. 시스템의 허점을 빠르게 찾아내는 능력은 방어자에게는 든든한 자산이지만, 악의적인 공격자 손에 들어가면 정교한 제로데이(Zero-day) 공격의 재료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취약점을 발견한 뒤 곧장 폭로하지 않고 개발사와 긴밀히 협력해 수정 패치를 먼저 챙기는 '책임 있는 공개(Responsible Disclosure)'의 태도가, AI 시대에는 더더욱 중요한 표준으로 자리 잡아야 해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손과 지키는 손이 점점 같은 자리에서 겹쳐지고 있는 셈이니까요.
지식 창출의 새로운 문법
보안의 영역에서 신뢰를 쌓아가는 AI가 있었다면, 순수 이론물리학에서는 아예 판을 뒤흔드는 사건이 벌어졌어요. 2026년 8월, 통계물리학계의 석학 개빈 크룩스(Gavin Crooks)가 공개한 글 한 편이 과학계에 묵직한 물음을 던졌거든요.
확률 열역학(Stochastic Thermodynamics) 분야의 오랜 난제, '상세 요동 정리(DFT, Detailed Fluctuation Theorem)에서의 엔트로피 생성 통계에 대한 제약' 문제를 최신 AI 모델과 논의했더니, 며칠 만에 문제군 전체가 수학적으로 완벽하게 풀리고 논문 초안까지 나왔다는 거예요. 단순한 요약이나 코드 보조가 아니라, 고난도 이론물리학 난제를 AI가 주도적으로 풀어낸 거죠.
이번 성과의 핵심은 수십 년간 따로따로 존재하던 비평형 열역학의 부등식들을 하나의 기하학적 틀로 엮어낸 데 있어요. 열역학적 불확정성 관계식(TUR), 왜도(Skewness), 열역학 제2법칙 위반 확률의 한계 같은 것들이 개별 논문 단위로 하나씩 유도돼 왔는데, 이번 작업을 통해 이 모든 경계가 사실 '모멘트 체(Moment Body)'라는 단 하나의 볼록 영역이 드리운 그림자였다는 게 밝혀진 거예요.
균일한 현의 진동 응답 함수와 이어지는 스틸체스 변환, 전포지티브성(Total Positivity), 그리고 론스키안·행켈 행렬식의 수학적 동일성을 통해 고전 모멘트 이론으로 물리적 문제를 매듭지은 거죠.
그런데 이 사건이 남긴 진짜 파장은 물리학적 발견 자체보다, 학문 생태계의 뿌리를 흔드는 질문에 있어요. 크룩스 본인이 고백했듯, 이 과제는 원래 수학적 재능이 뛰어난 대학원생에게 수개월짜리 연구 주제로 던져줬을 법한 문제였거든요.
그런데 며칠간의 대화가 수개월 분량의 증명을 단숨에 끝내버린 거예요. 과학의 발전 속도가 인간이 소화할 수 있는 속도를 앞지르기 시작한 순간이라고 봐도 될 것 같아요.
이 변화는 대학과 학계가 오래 지켜온 두 기둥, '새로운 지식의 창출'과 '다음 세대 연구자의 양성'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요. 지도교수가 던지는 어떤 학술적 질문에도 AI가 학생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답할 수 있다면, 우리는 미래의 연구자를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요?
수년간의 시행착오와 도제식 훈련으로 지적 근육을 키워온 대학원 교육의 방식은 어디로 가야 할지, 쉽게 답하기 어려운 문제예요. 전통적인 학술 출판 체제도 마찬가지고요. 누구나 AI 구독 서비스만으로 며칠 만에 고도의 이론 연구를 재현하고 파생시킬 수 있는 환경에서, 논문을 학술지에 투고하고 수개월씩 동료 평가를 기다리는 절차는 점점 무력해질 수밖에 없거든요.
크룩스가 이 성과를 전통 저널이 아니라 소셜 미디어에 직접 공개하며 '트위터 과학(Science by Twitter)'이라 부른 것도, 단순한 농담이라기보다는 지식의 유통과 검증 방식이 겪게 될 큰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로 읽혀요.

분산의 기로에서
AI가 지식을 만들어내는 속도만큼이나 뜨거운 질문은, 그렇게 만들어진 힘을 누가 쥐게 되느냐는 거예요. 최근 실리콘밸리(Silicon Valley)를 달군 한 편의 공개 설전이 이 긴장을 선명하게 보여줬어요.
발단은 한 팟캐스트에서 흘러나온 소문이었어요. 앤트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Dario Amodei) 최고경영자가 사석에서 "장차 앤트로픽이 세상에 남는 유일한 민간 기업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는 이야기였죠.
테크 업계 일각에서는 이를 극단적인 오만과 독점적 야욕의 신호로 받아들이며 거세게 비판했어요. 그런데 앤트로픽의 개발자 숄토 더글라스(Sholto Douglas)와 투자자 개빈 베이커(Gavin Baker), 그리고 다리오 아모데이 본인이 직접 토론에 나서면서, 이 해프닝은 AI 시대의 권력 집중과 규제, 대중의 신뢰를 둘러싼 꽤 깊은 담론으로 발전했어요.
앤트로픽 측은 먼저 소문이 사실무근이라고 밝혔어요. 오히려 그들이 가장 경계하는 건 AI로 인한 경제적 권력의 과도한 집중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죠. 이에 대해 개빈 베이커는 AI의 잠재적 위험에 대응하는 두 가지 길을 제시했어요.
규제를 통해 소수의 기업과 정부에 통제권을 몰아주거나, 오픈소스(Open Source)를 통해 권력을 널리 흩뿌리는 방식이에요. 그는 역사적으로 절대 권력의 선의에 기대는 건 위험하며, 여러 AI가 경쟁하는 다원적인 생태계가 인류의 가치를 지키는 더 나은 길이라고 주장했어요. 과도한 위험 담론이 오히려 데이터센터(Data Center) 건립 반대 같은 역풍을 낳아 혁신을 저해하고 있다는 경고도 덧붙였고요.
이에 아모데이는 '규제는 곧 권력 집중'이라는 실리콘밸리의 익숙한 도식을 정면으로 반박했어요. AI는 스케일링 법칙과 막대한 컴퓨트(Compute) 비용 탓에, 규제가 없어도 구조적으로 힘이 소수에게 쏠릴 수밖에 없는 기술이라는 거예요.
모델을 오픈소스로 풀어도 결국 막대한 컴퓨팅 자원을 쥔 쪽에 힘이 몰리는 본질적인 불평등은 그대로 남거든요. 그래서 아모데이가 말하는 규제는 프런티어(Frontier) 기업에는 더 엄격한 안전 검증을 요구하고, 후발 주자와 오픈소스 진영에는 그 부담을 덜어주는 정교한 제도화에 가까워요. 잘 설계된 규칙이 오히려 빅테크(Big Tech)의 독점을 견제하고 권력을 분산시키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논리죠.
두 사람은 기술적인 쟁점에서는 의외로 합의점을 찾기도 했어요. 사이버 보안처럼 방어가 우세한 영역은 자체 점검과 시간으로 다스릴 수 있지만, 생물테러처럼 공격이 우세한 분야는 사회적 검증과 안전망이 꼭 필요하다는 점이었죠.
지금의 컴퓨트 부족과 비용 장벽이, 오히려 기술이 급격히 도약하는 과정에서 사회가 적응할 시간을 벌어준다는 현실적인 분석에도 고개가 끄덕여졌고요.
이 논쟁의 백미는 '대중의 신뢰'를 둘러싼 통찰이었어요. 산업을 위축시킨다는 비판에 대해 아모데이는, 대중의 회의론이 위험 경고 때문이 아니라 '신뢰의 위기'에서 비롯된다고 짚었어요.
화려한 마케팅으로 장밋빛 미래를 약속하는 건 이제 오히려 기만처럼 받아들여지니까요. 대중의 신뢰를 얻는 유일한 방법은 "AI가 질병을 치료할 것"이라는 구호가 아니라, 실제로 질병을 치료해 내는 실체적인 성과라는 거예요.
'자기 개선'의 현주소
권력을 둘러싼 논쟁이 '얼마나 강해질 것인가'를 전제로 한다면, 정작 그 전제 자체에 제동을 거는 연구도 나왔어요. AI 생태계에서 가장 매혹적이면서 대담한 약속 중 하나는 '재귀적 자기 개선(Recursive Self-Improvement)'이에요.
AI가 스스로 코드를 짜고 학습 데이터를 만들고, 심지어 자신을 구동하는 반도체 구조까지 최적화하게 되면, 인간의 개입 없이도 지능이 폭발적으로 성장한다는 논리죠. 주요 AI 기업들은 스스로 연구하고 발전하는 '자동화 연구자'의 등장이 머지않았다고 자신해 왔어요.
그런데 최근 프린스턴 대학교(Princeton University) 연구진이 내놓은 결과는, 이 장밋빛 전망이 현실의 기술 수준을 한참 앞서가고 있다는 걸 보여줬어요.
프린스턴대의 사야시 카푸어(Sayash Kapoor)와 피터 커기스(Peter Kirgis) 등이 이끈 연
팀은 AI 에이전트(Agent)가 실제 학술 연구를 온전히 수행할 수 있는지 알아보려고 '그림자 평가(Shadow Evaluation)'라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했어요. 앤트로픽의 최신 언어모델을 오픈소스 프레임워크 오픈클로(OpenClaw) 환경에서 구동시키고, 가상 컴퓨터와 컴퓨팅 예산, 웹 검색 권한까지 쥐여줬죠.
그리고 기계학습 분야 최고 권위 학회인 신경정보처리시스템학회(NeurIPS)에 제출된, 아직 공개되지 않은 논문의 연구 과제를 풀어보라고 요청했어요. 모델이 학습 데이터로 답을 미리 외워둘 수 없는 조건에서, 가설 설정부터 실험 설계, 논문 작성까지 전 과정을 스스로 맡긴 거예요.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컸어요. AI 에이전트는 관련 문헌을 검토하고, 수백 번의 실험을 돌리고, 데이터를 모으는 공학적 실행 단계에서는 확실히 뛰어난 역량을 보여줬어요. 하지만 연구 자체의 질을 평가했을 때, 원저자들은 AI가 써낸 논문을 모두 거절했어요. AI는 극소형 합성 데이터에다 가설을 검증하는 등 비합리적인 실험을 진행했고, 해당 분야에 실질적으로 새로운 기여는 하나도 남기지 못했거든요.
연구진이 짚은 AI의 가장 결정적인 약점은 과학적 탐구에 필수적인 직관과 판단력, 그리고 창의성의 부재였어요. AI는 유망하지 않은 접근법에 너무 일찍 매달렸고, 막다른 길에 부딪혀도 기존 방식을 근본부터 다시 검토하거나 원점에서 시작하는 유연함을 보여주지 못했어요.
동료 에이전트나 외부 도구의 비판적 피드백을 받았을 때도, 방법론을 통째로 바꾸기보다는 주장의 범위를 슬쩍 줄이고 단서 조항만 덧붙이는 식의 기계적인 타협에 머물렀고요.
이런 한계는 지금 AI 훈련의 주류인 강화학습(RL)의 구조적 특성에서 비롯돼요. 성패를 자동으로 채점할 수 있는 명확한 과제에서는 강화학습이 힘을 발휘하지만,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고 열린 탐색과 심미적 안목이 필요한 연구 영역에서는 적절한 보상 체계를 설계하기가 대단히 까다롭거든요.
앤트로픽의 공동 창립자 잭 클라크(Jack Clark)가 지적했듯, 지금의 AI는 매우 유능한 엔지니어(Engineer)일 수는 있어도, 정형화된 사고 패턴에 갇혀 훌륭한 연구자가 되기엔 직관적 창의성이 아직 많이 부족해요.
기계적인 과업을 빠르게 처리하는 능력과 미지의 지적 영토를 개척하는 통찰력 사이에는, 아직 꽤 깊은 간극이 남아 있어요.
똑똑한데 어설픈, 이 기묘한 동업자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면 이 새로운 ‘동료’는 참 기묘하면서도 묘하게 정이 가는 구석이 있어요. 10년 묵은 물리학 난제를 대화 몇 번으로 툭 풀어내고, 아무도 몰랐던 보안의 뒷문까지 척척 찾아내 감탄을 자아내다가도, 막상 "자, 이제 혼자 연구해 봐" 하고 판을 깔아주면 엉뚱한 골목에 갇혀 쩔쩔매는 서툰 천재 같은 모습을 보여주니까요.
너무 똑똑해서 경외감이 들다가도, 여전히 인간의 직관과 방향키 없이는 한 발짝도 깊이 나아가지 못하는 모습에 묘한 안도감이 스치기도 해요.
결국 지금 우리가 마주한 장면들은 거창한 기술 혁명이라기보다, 성격도 특기도 완전히 다른 두 존재가 손발을 맞춰가는 꽤나 현실적이고 복작복작한 ‘동업의 과정’에 가까워 보여요.
역량이 너무 앞서갈까 봐 스스로 브레이크를 밟아 안전벨트를 조이고, 지능의 독점을 경계하며 치열하게 설전을 벌이면서, 대학과 연구실의 미래를 어떻게 다시 설계할지 함께 머리를 맞대는 일들이 바로 그 증거죠.
그러니 완벽한 인공지능이 인간의 자리를 뺏을까 봐 지레 긴장할 필요도, 모든 문제를 알아서 풀어줄 마법을 기대하며 조급해할 이유도 없을 것 같아요.
노벨상 물리학자의 비유처럼 이 친구는 우리의 자리를 대신하러 온 대체재가 아니라,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지적 맹점을 시원하게 비춰주는 근사한 '사유의 망원경'에 가까우니까요.
그 렌즈 너머로 어디를 바라보고 어떤 의미를 발견할지는 언제나 에코 멤버님들의 몫일 테니, 지능이라는 이 낯선 파트너와의 산책은 생각보다 꽤 흥미진진한 여정이 될 것 같네요.

Cinnamomo di Moscata (글쓴이) 소개
게임 기획자입니다. https://www.instagram.com/cinnamomo_di_moscata/
(1) Giorgio Parisi, Francesco Zamponi. (2026). A proof of an identity for the critical exponents of jamming. Journal of Scatistical Mechanics: Theory and Experiment. https://doi.org/10.1088/1742-5468/ae7bd7
(2) Isabelle Dumé. (2026). AI model helps physics Nobel laureate out of a decade-old mathematical jam. physicsworld. https://physicsworld.com/a/ai-model-helps-physics-nobel-laureate-out-of-a-decade-old-mathematical-jam/
(3) Tibo. (2026). "Codex ✅ Almost 100% reliable ✅ Occasional resets ✅ Open-source ✅ (will have Astra)". X. https://x.com/thsottiaux/status/2089149255382438340
(4) Editor. (2026). Pacing model development in an era of cyber-critical capabilities. OpenAI. https://openai.com/index/pacing-model-development-cyber-capabilities/
(5) Sam Altman. (2026). "We have paused some frontier RL training to ensure that we can meet the appropriate alignment, security and monitoring standards for the new level of capabilities in front of us. Model progress is now extremely rapid, and we always said we would take action if we felt that model". X. https://x.com/sama/status/2089787807611195475
(6) Lou. (2026). "We gave GLM‑5.3 a complex reverse-engineering task. It found a potentially serious vulnerability in Cursor. We disclosed it privately. Appreciate Cursor team is working closely with us on a fix, and we’ll share the more details once users are protected.". X. https://x.com/louszbd/status/2088284853943009425
(7) Gavin Crooks. (2026). The exact moment body of the detailed fluctuation theorem. X. https://x.com/gavincrooks/status/2088643200038883830
(8) The All-in Podcast. (2026). "Gavin Baker: Anthropic Believes They Could be the ONLY Company Left in the World “I would certainly discourage Dario from saying that ever again to anyone.” @GavinSBaker: “Internally, Anthropic is very confident. I have been told by multiple people I trust that Dario has said". X. https://x.com/theallinpod/status/2088367978270142811
(9) Sholto Douglas. (2026). "Completely false. I like Gavin's takes, but whoever he heard this from is lying so that it fits the narrative some people so desperately want you to believe. The same people will try to convince you Anthropic has no moat, and a sentence later that it might become so powerful". X. https://x.com/_sholtodouglas/status/2088463770318516734
(10) Gavin S. Baker. (2026). "@_sholtodouglas Sholto, thank you for setting the record straight. Larger issue is that multiple very serious people in Silicon Valley have heard some variation of this and believe it to be true. And the reason it is believable to so many is that it is consistent with Dario’s public messaging". X. https://x.com/GavinSBaker/status/2088611616577253502
(11) Dario Amodei. (2026). "1/2 Thanks Gavin for an especially thoughtful exchange. I don't usually spend much time on social media but I wanted to engage here because it really brings out the heart of an important conversation. First, on regulation, I think that “either concentrate it in the hands of a". X. https://x.com/DarioAmodei/status/2088758816376807762
(12) Michelle Kim. (2026). AI’s recursive self-improvement might not come so quickly after all. MIT Technology Review. https://www.technologyreview.com/2026/08/18/1142188/ai-recursive-self-improvemen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