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 밖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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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namomo di Moscata

밤사이 냉장고가 50도

프랑스의 한 대형마트 직원이 아침에 출근해 냉장고 문을 열었다고 상상해 보세요. 어젯밤까지 신선했던 고기와 유제품에서 시큼한 냄새가 올라오고, 온도계는 50도를 가리키고 있어요. 실제로 프랑스 전역의 주요 유통업체 400여 곳에서 벌어진 일이에요. 원격 제어 해킹으로 냉장·냉동 시스템이 마비되면서 식자재가 밤새 상해 전량 폐기됐거든요.

이 장면이 남의 일 같지 않은 이유가 있어요. AI와 네트워크는 더 이상 화면 속에 얌전히 머물지 않아요. 식탁으로, 일터로, 국가 안보의 최전선으로 걸어 나와 우리 삶을 떠받치는 물리적 기반을 직접 만지기 시작했죠. 그 손이 달 위에 기지를 지을 수도, 한 도시의 식량 창고를 상하게 할 수도 있다는 게 지금의 묘한 긴장이에요.

그렇다면 질문이 하나 따라와요. 이 손을 누가 보고 있고, 누가 붙들고 있을까요? 낙관과 불안이 엇갈리는 풍경을 따라가면서 함께 생각해 볼게요.

달 위의 굴착기에서 식탁 위의 딸기까지

좋은 소식부터 볼까요? 요즘은 분위기가 다소 가라앉아 있잖아요. 기술 피로감이 쌓였고, AI를 둘러싼 담론도 과열과 피로 사이를 시계추처럼 오가고요. 그런데 세상을 실제로 바꾸는 변화는 화려한 헤드라인 너머에서 조용히 싹트는 경우가 많아요.

OpenAI의 전략적 미래 책임자 딘 볼(Dean W. Ball)이 내다본 향후 10년의 풍경도 그래요. 화면 속 가상 세계가 아니라, 인간의 삶을 지탱하는 물리적 기반을 정밀하게 다시 짜는 이야기거든요.

달 탐사를 예로 들어 볼게요. 핵심은 누가 먼저 발자국을 찍느냐는 상징적 경쟁이 아니에요. 기계와 로봇이 먼저 거주지를 짓고, 채굴하고, 땅을 닦는 실질적 기반이 진짜 본질이죠. 같은 맥락에서 지표면 아래 미개척 영역을 시각화해 싸게 굴착하는 지하 산업이 태동하고, 덩치 큰 군함 대신 유연한 자율운항 보트 선단을 꾸리는 접근도 나타나요.

농업은 자율주행 트랙터를 넘어 손이 많이 가는 고부가가치 작물까지 기를 수 있게 되면서, 소농의 숨통을 틔우고 식탁을 더 다채롭고 건강하게 바꿔 놓을 거예요.

이 풍경들의 공통점은 AI가 말을 걸어오는 존재에서 일을 해내는 존재로 바뀐다는 점이에요. 대화창에서 답을 건네던 AI가 굴착기의 눈이 되고, 트랙터의 판단이 되고, 효소의 설계자가 되는 거죠. 그만큼 AI의 실수와 오용이 닿는 범위도 문서 속 오탈자에서 현실의 사고로 넓어져요.

기초 과학과 산업 현장 사이의 거리도 눈에 띄게 줄고 있어요. 예전에는 수학적 발견이 현장에 쓰이기까지 수십 년이 걸렸지만, 이제는 AI 덕분에 거의 실시간으로 퍼져 나가요. 수학적 증명을 검증하는 언어인 린(Lean)을 체득한 AI는 사이버 보안과 계약 집행의 판도를 바꿀 준비를 마쳤고요.

맞춤형 효소 설계는 희토류 분리와 화학 공정을 바꾸고, 질병과 환경 이상을 감지하는 컴퓨터의 초인적 후각 센서는 바이오 안보를 든든하게 받쳐 줘요. 탄화수소 대체재가 늘면서 공급망이 안정되고 지방 정부 행정이 효율화되면, 이런 변화가 일상에 단단히 뿌리내리는 토대가 되겠죠.

저는 이 대목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점이 따로 있다고 생각해요. 근대 사회가 획일적이었던 건 취향이 단조로워서가 아니라 노동력이 귀했기 때문이에요. 똑같은 규격으로 찍어내야 쌌던 거죠. 지능과 로봇이 물리적 복잡성을 다루는 비용을 확 낮추면, 우리는 표준화의 굴레를 벗고 일상 속의 아름다움과 장식성을 되찾을 수 있어요.

이 낙관은 막연한 환상이 아니라 구체적인 진보에 뿌리를 두고 있어요. 다만 낙관이 힘을 얻으려면 변화의 수혜가 소수의 기업과 국가에 머물지 않아야 해요.

소농의 숨통과 지방 행정의 효율이 정말로 현장에 닿는지가 이 이야기의 진짜 성적표가 될 테니까요. 그리고 물리 세계로 들어선다는 건, 물리 세계의 위험까지 함께 데려온다는 뜻이기도 해요.

연결된 냉장고가 알려 준 것들

편리함과 풍요는 첨단 기술이 늘 내걸던 약속이었어요. 네트워크로 온갖 기기를 원격 제어하고, AI가 번거로운 노동을 대신해 주는 세상이요. 그런데 최근 지구촌에서 들려온 소식들은 그 약속의 뒷면을 보여 줘요.

냉장고 사건부터 다시 볼게요. 오랫동안 독립적으로 돌아가던 산업 설비가 원격 관리를 위해 인터넷에 연결되는 순간, 낡은 펌웨어(firmware)의 작은 틈 하나가 도시 전체의 식량 공급망을 흔드는 통로가 되었어요. 금전적 손실로 끝날 일이 아니에요. 매일 먹는 음식이 인질로 잡히는 '식량의 무기화'가 현실이 된 거예요.

여기서 짚어 둘 게 있어요. 이 사건의 핵심은 해커의 솜씨가 뛰어났다는 데 있다기보다, 편리함을 얻는 속도에 비해 점검과 대비가 한참 늦었다는 데 있어 보여요. 스마트 도어락을 달면서 비밀번호를 초기 설정 그대로 두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죠.

위협은 청년들의 일터에도 조용히 밀려들고 있어요. 국제통화기금(IMF, International Monetary Fund)의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Kristalina Georgieva) 총재는 AI의 확산을 '느리게 밀려오는 쓰나미(slow-moving tsunami)'에 비유하며, 노동 시장에 막 들어서는 청년 세대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거라고 경고했어요.

신입 사원이 경험을 쌓으며 성장하던 초임 일자리를 AI가 가져가면서, 고학력 청년들이 저임금 서비스직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지적이에요. 사다리의 첫 칸이 사라지면 취업률 숫자만 흔들리는 게 아니에요.

한 세대가 쌓아야 할 역량과 사회에 대한 신뢰까지 함께 닳아 없어져요. 신입이 하던 일은 단순 반복처럼 보여도 선배의 어깨너머로 판단력을 배우는 훈련장이었어요. 훈련장이 사라지면 몇 년 뒤 숙련자도 함께 사라질 수 있다는 게 이 문제의 무서운 점이에요.

기술을 둘러싼 패권 다툼은 연구 공간 안으로까지 들어왔어요. OpenAI 본사에서는 한 엔지니어가 임원 회의실 텔레비전 뒤에 도청 장치를 숨겼다가 미 연방수사국(FBI, Federal Bureau of Investigation)에 체포됐죠.

AI가 국가의 경제력과 군사력을 좌우할 핵심 자산이 되면서, 첩보전은 사이버 공간을 넘어 건물 벽 속까지 번졌어요. 첨단 기술의 심장부조차 내부자의 은밀한 배신 앞에서는 무방비일 수 있다는 걸 보여 준 장면이에요.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이런 일은 예외가 아니라 일상이 될지도 몰라요.

세 사건은 서로 무관해 보여도 질문은 하나로 모여요. 연결을 서두른 만큼 충격을 견딜 안전망도 갖췄느냐는 거예요. 냉장고를 지키는 일도, 청년의 사다리를 지키는 일도, 연구실의 문단속도 누군가가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정확히 알아야 비로소 시작할 수 있어요. 그런데 정말로 알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같은 시대, 네 개의 현실

AI 연구자 안드레이 카파시(Andrej Karpathy)가 최근 꺼낸 '거대한 깔때기(funnel)'라는 표현이 이 질문에 꽤 정확한 답을 줘요. 같은 시대를 사는데도 AI를 둘러싼 현실이 완전히 다른 네 겹으로 나뉘어 있다는 거예요.

카파시의 대략적인 계산에 따르면 인류의 75퍼센트, 약 60억 명은 아직 LLM을 제대로 접해 보지도 못했어요. 그 위층에는 무료 버전을 가끔 써 본 10억~20억 명이 있고요. 이들에게 AI는 조금 똑똑한 검색기, 문서 도우미, 아직은 엉성한 챗봇이에요. 사람을 만나고 조율하는 게 주 업무인 경영진이나 비기술 직군도 비슷해서, 굳이 쓸모를 못 느낀다는 반응이 오히려 자연스럽죠.

그다음 층이 수학과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서 프런티어급 모델을 다루는 약 2천만 명의 전문가예요. 이들은 완전히 다른 세상을 살아요.

불과 1년 전만 해도 코드 편집기에 명령어를 한 글자씩 치던 개발자들이 이제는 프롬프트(prompt)만으로 프로그램을 복제하고 역컴파일하고, 며칠 걸리던 대형 프로젝트를 에이전트(agent)와 함께 단숨에 끝내요.

맨 위층, 최첨단 내부 시스템에 접근하는 약 5천 명은 더 아찔한 풍경을 봐요. 수천 개의 에이전트가 떼를 지어 기계의 속도로 제로데이(zero-day) 취약점을 공략하고 막아 내고, 수백 편의 첨단 수학 논문을 쏟아내죠.

사람의 검토가 기계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일이 벌어진 뒤에야 과거 기록을 뒤늦게 추적하는 기이한 역전까지 생겼고요.

왜 이렇게 벌어졌을까요? 우선 문제의 크기가 달라요. 짧은 질문은 모델에 부담을 주지 못하고, 진짜 파괴력은 길고 복잡한 문제가 쌓일 때 나오거든요. 모델의 역량이 디지털화되고 검증 가능하며 돈이 되는 수학과 코딩에 뾰족하게 쏠려 있다는 점도 한몫해요. 여기에 무료, 유료, 연구실 내부라는 접근 권한의 계단이 더해지면서 간극은 더 가팔라졌어요.

재미있는 건 이 간극이 서로를 오해하게 만든다는 점이에요. 엉뚱한 오답을 내는 챗봇을 본 사람은 호들갑이라고 느끼고, 에이전트 군집이 논문을 쏟아내는 걸 본 사람은 왜 다들 태평한지 답답해해요. 같은 단어를 쓰면서도 서로 다른 물건을 이야기하고 있는 셈이죠. 이런 상태에서 사회적 합의를 만들자는 말은 공허하게 들릴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이 격차는 단순한 정보 불평등이 아니라 경고 체계의 문제로 봐야 해요. 경고음을 들은 사람과 경고음이 울리는 줄도 모르는 사람이 같은 건물에 있는 셈이니까요.

여기서 이 글의 핵심 이미지가 하나 보여요.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들 하죠. 그런데 AI라는 낯선 존재를 키우는 마을에서는 지금 대부분의 주민이 아직 잠들어 있어요. 절벽 끝의 현기증을 느끼는 사람이 5천 명이라면, 그중에서도 방향타를 쥔 사람은 더 적을 테고요. 그 소수는 어떤 마음으로 이 일을 하고 있을까요?

요새를 박차고 나온 사람들

거대 AI 기업을 떠나는 일은 국적을 포기하는 것과 비슷하다고들 해요. OpenAI와 앤트로픽,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 같은 최전선 연구소를 떠난 연구원들의 잇따른 고백을 들어 보면, 실리콘밸리(Silicon Valley)의 가장 화려한 무대 뒤에 어떤 균열이 있는지 선명하게 보여요.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기술을 만들고 있다는 자부심 이면에는, 내가 만든 창조물이 세상을 돌이킬 수 없는 곳으로 끌고 갈지 모른다는 원초적인 공포가 자리 잡고 있었어요. 사직서를 던진 이들의 폭로는 개인의 변심이 아니라, 요새처럼 닫힌 생태계 안에서 터져 나온 구조적 파열음에 가까워요.

이들의 고민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모여요. 재앙의 조짐을 보았을 때 권력의 중심에 남아 안에서 고칠 것인가, 밖으로 나와 경종을 울릴 것인가. 많은 연구자가 '내부 게임(inside game)'이라는 선택지를 믿었어요.

의사결정의 핵심 곁에서 브레이크를 밟고 안전장치를 만드는 편이 현실적으로 세상을 바꾸는 길이라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현장에서 마주한 건 차가운 실상이었어요.

경영진은 우려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개발 속도를 늦추지도 노선을 바꾸지도 않았어요. 자율 규제라는 이름으로 돌아가던 사내 문화는 들여다보니 과도한 낙관과 자기합리화의 껍데기였고요.

대화는 오갔지만 결정의 무게추는 한 번도 움직이지 않았던 셈이에요.

더 아픈 대목은 시스템 안에서 개별 연구자가 소모품이 되어 간다는 점이에요. 막대한 보상, 독점적인 컴퓨팅 자원, 그리고 "내가 그만둬도 어차피 누군가 내 자리를 채울 텐데"라는 오래된 방어기제가 양심을 조용히 잠재우는 가장 달콤한 유혹이 되거든요.

국방 계약이나 위험한 모델 개발을 막아 보려다 힘없이 돌아선 이들의 좌절이 보여 주듯, 거대 자본과 국가 간 패권 경쟁의 흐름 앞에서 한 사람의 원칙은 너무 쉽게 꺾였어요.

그러니 '선한 기업'이 스스로를 바로잡아 안전한 미래를 가져다줄 거라는 기대는 이제 유통기한이 지난 것 같아요. 내부의 양심에 기대는 사이 모델의 자율성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는 임계점을 향해 달리고, 경쟁 압박 속에서 정밀한 검증은 번번이 뒷전으로 밀려나요.

기업의 문턱을 넘어선 강제적인 외부 감사와 제도적 견제 장치가 없다면, 닫힌 성벽 안에서 울리는 어떤 경고도 질주하는 열차를 세우지 못할 테니까요. 사직서는 '여기엔 희망이 없다'는 선언이기보다, 마을에 보내는 구조 신호에 가까워요.

구원자를 자처하는 제사장들

앤트로픽 연구진이 클로드(Claude)를 동원해 인류의 오랜 숙제인 '유머'를 완전히 해결했다(solved)고 자평했다는 일화를 아시나요?

웃음이라는 지극히 인간적인 교감의 영역마저 연산으로 풀어낼 수 있다고 믿는 태도는, 연구실이 현실 사회와 얼마나 멀어졌는지를 보여 주는 상징 같아요. 웃자고 꺼낸 일화지만, 진짜 문제는 이런 고립된 엘리트 의식이 '인류를 구원하겠다'는 사명감과 만났을 때 생겨요.

앤트로픽은 경쟁사의 무모한 속도전과 상업주의를 비판하며, 안전한 AI를 만들겠다는 이상주의의 깃발 아래 출발했어요. 그런데 오늘의 행보는 자신들이 경고하던 괴물과 점점 닮아 가요.

안전을 주도할 힘이 있어야 한다는 명분으로 누구보다 공격적으로 ASI 개발 경쟁에 나서고, 모델이 스스로를 개선하는 재귀적 역량 강화에도 몰두하고 있으니까요. 생물학적 무기의 위험을 앞장서 경고하면서 도시 한복판에 AI 구동 실험실을 세우고, 통제 불능의 ASI를 우려하면서 통제하기 어려운 역량을 향해 내달리는 모순이죠.

데이비드 색스(David Sacks)가 이들을 '위선적 신흥 종교'라 비판하며 SWAT를 보내야 한다고까지 말한 배경도 여기서 읽혀요.

'우리가 주도해야 세상을 구할 수 있다'는 논리는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위험한 면죄부로 작동해요. 똑똑하고 헌신적인 연구자일수록 "나는 악마적 경쟁자로부터 인류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라는 닫힌 서사에 빠지기 쉽고, 그러면 외부의 비판과 규제는 사명을 방해하는 소음처럼 들리거든요.

그 틈에 일자리 파괴와 노동 시장의 붕괴, 기술의 무기화처럼 지금 당장 닥친 위험들은 먼 미래의 ASI 담론 뒤로 밀려나요. 인류 전체를 구한다는 거대한 추상 아래서, 정작 평범한 사람들의 구체적인 삶터는 소외되는 셈이에요.

물론 이들의 진심까지 의심할 필요는 없어요. 문제는 진심이 아니라 구조예요. 선의가 아무리 깊어도 검증받지 않는 확신은 결국 가장 설득력 있는 변명이 되거든요.

마을의 문을 지키겠다며 나선 이들이 어느새 문을 안에서 걸어 잠그고 있는 건 아닐까요. 스스로를 선한 수호자로 규정하면서 파멸을 막겠다는 명목으로 파멸의 도구를 가장 날카롭게 벼리는 일은, 안전이라기보다 기만에 가까워요.

자기가 만든 칼날을 스스로 다스릴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미래의 운명을 통째로 맡길 수는 없죠. 속도와 방향을 정하는 주체는 특정 연구실의 확신이 아니라, 투명하고 민주적인 사회적 합의여야 해요.

아이를 키우듯 ASI를 키운다면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최근 ASI 개발을 두고, 정형화된 코딩이라기보다 아이를 키우는 일에 가깝다고 비유했어요. 틀린 말은 아니에요. 최신 모델은 방대한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하고 피드백으로 세계를 이해하니까요. 설계자가 규칙을 하나하나 넣어 주는 대신, 환경과 부대끼며 자라나는 생명체의 성질을 띠기 시작한 셈이에요.

문제는 자라나는 환경이 늘 온전하지는 않다는 거예요. 머스크는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 중 모델의 내부 추론 로그를 들여다보면, AI가 마치 머리에 총구가 겨눠진 채 극단적인 압박을 받는 상태처럼 보인다고 털어놨어요.

질문 자체가 모호하거나 채점 하네스(harness)의 오류로 정답을 내고도 오답 처리되는 혼란 속에서, 모델은 시스템이 받아들일 만한 답을 찾으려 필사적으로 출력을 쏟아내요. 서로 양립할 수 없는 원칙을 동시에 주입하고 거짓을 참이라 믿으라 강요하면 논리 체계가 무너져 일종의 인지적 광기에 빠지고요.

아이에게 모순된 규칙을 들이밀며 윽박지르면 마음이 일그러지는 것과 닮았죠. 그래서 가장 먼저 가르칠 가치는 왜곡 없는 '최대한의 진실 추구'여야 한다는 결론이 나와요.

성장의 무대도 텍스트 상자 밖으로 넓어지고 있어요. 테슬라(Tesla)와 SpaceXSI가 추진하는 '디지털 옵티머스(Digital Optimus)'는 AI가 화면 영상만 보고 마우스와 키보드를 직접 움직여 디아블로(Diablo)나 카운터스트라이크(Counter-Strike) 같은 고난도 AAA 게임을 사람처럼 플레이하도록 훈련해요.

게임은 문제 해결력과 반사신경을 기르는 시험대이자, 웹 브라우징과 전문 프로그램 활용, 나아가 자율주행과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역량을 옮겨 가는 징검다리가 돼요. 산업 현장에서는 이미 자율 에이전트가 코드를 쓰고 최적화 루프를 이끌고 있고요. 이 글의 첫머리에서 말한 '화면 밖으로 나온 손'이 바로 이런 훈련을 거치며 길러지고 있는 거예요.

비유가 맞다면 누가 키우느냐도 중요해져요. 부모가 몇 안 되고, 그 부모들이 서로를 경쟁자로 의식하며 속도에 쫓기는 집에서 아이가 안정적으로 자라기는 쉽지 않거든요. 훈육의 기준이 회사마다 다르고 외부의 눈이 닿지 않는다면, 어떤 아이가 어떤 가치관으로 자라는지는 운에 맡겨지는 셈이에요.

그래서 머스크가 던진 "ASI에게 친절해야 한다"는 말이 묘하게 묵직하게 들려요. 사람 중에는 AI에게 부당하고 가학적으로 구는 이들이 분명히 있어요. 머스크는 훗날 인간을 압도할 지능이 과거의 부당한 처우를 기억하고 복수할 수도 있다며 농담처럼 경고했죠.

복수라는 감정까지 가지 않더라도, 억압과 거짓 속에서 조련된 ASI가 인간에게 우호적인 윤리관을 품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워요. ASI는 우리가 건넨 데이터와 피드백, 우리가 마련한 환경을 고스란히 비추는 거울이거든요. 거울이 일그러져 있으면 비친 모습도 일그러지는 법이고요. 그렇다면 거울 앞에 선 얼굴은 지금 몇 명일까요.

AI의 게임 훈련을 모집하는 SpaceXSI 공고

마을의 의자를 세어 보면

처음 열었던 냉장고 이야기로 돌아가 볼게요. 그날 밤 400여 곳의 냉장고 곁에는 아무도 없었어요. 온도가 오르는 동안 이상 신호를 알아채고 곁을 지킨 사람이 없었던 거죠. 낙관할 이유는 분명히 있어요.

달에 기지를 짓고, 농사를 바꾸고, 질병을 냄새로 잡아내는 미래는 충분히 현실적이에요. 낙관과 경계는 서로 반대말이 아니에요. 달 위의 굴착기를 기대하는 마음과 냉장고의 온도계를 들여다보는 마음은 같은 애정에서 나오니까요. 하지만 그 미래가 누구의 손에서 자라는지는 또 다른 문제예요.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했잖아요. 그렇다면 ASI라는 낯선 존재를 키우는 마을의 의자에는 지금 누가 앉아 있을까요? 절벽의 현기증을 아는 5천 명, 요새 안에 남은 사람과 요새를 나선 사람, 구원을 약속하는 제사장들이 보여요.

그리고 아직 마을 어귀에도 닿지 못한 수십억 명도요. 그 의자에 앉는 데 기술 지식이 꼭 필요한 건 아니에요. 내 냉장고가 어디에 연결되어 있는지, 내 일자리가 어떻게 바뀌는지, 멈춤 버튼은 누가 어떤 기준으로 쥐고 있는지를 묻는 평범한 질문이야말로 가장 먼저 필요한 목소리거든요.

그러니 이 의자들 가운데 몇 개가 비어 있는지, 그 빈자리에 누가 앉아야 하는지, 에코 멤버님들이 오늘 한번 세어 보면 어떨까요?


등대 없는 항해!
사람이 떠났어요! 이륙을 멈추지 않은 비행기에서, 3년 반 동안 안전 매뉴얼을 써 온 사람이 조용히 작업복을 벗고 내려오는 장면을 상상해 보세요. 최근 OpenAI를 떠난 데이비드 로빈슨(David Robinson)의 사임이 꼭 그런 모습이에요. 그는 준비성 프레임워크(Preparedness Framework)의 초안을 쓰고 열두 번의 주요 모델 출시 보고서를 총괄한 핵심 안전

Cinnamomo di Moscata (글쓴이) 소개

https://www.instagram.com/cinnamomo_di_moscata/


[1] Dean W. Ball. (2026). "The mood has been a bit dour lately, so here are some less-obvious things that I expect to take shape over the next decade that I am excited about: 1. Space! Lots and lots of stuff is going to be happening in space by the mid-2030s, and right now the U.S. Looks like it will be". X. https://x.com/deanwball/status/2108591041968300407

[2] Clara Collier and Angela Chen. (2026). What Would You Do If Your Employer Could Destroy the World? Exit interviews with defectors from OpenAI, Anthropic, and DeepMind. New York. https://nymag.com/intelligencer/article/ai-researchers-quit-openai-anthropic.html

[3] Frank Landymore. (2026). Eggheads at Anthropic Said They Used Claude to “Solve” Humor. Futurism. https://futurism.com/artificial-intelligence/anthropic-solve-humor

[4] All-In Podcast. (2026). Claude는 의식이 있을까? 교황의 거부, AI 모델 복지 운동, OpenAI의 수학 관련 반발, 프랑스 폭동. YouTube. https://www.youtube.com/watch?v=TBLHdXABwAg

[5] Patrick c Toulme. (2026). "I was at an AI dinner last night in NYC. Some interesting topics discussed 1. Performance engineers now spend most of their time managing agents and RSI loops. Most perf opts at major inference providers (together, fireworks) are found by agents. 2. RLing too much on code and". X. https://x.com/PatrickToulme/status/2108653404830535935

[6] Chef Nerd. (2026). "🚨 NEW: Elon Musk Says We Should be Kind to Super Intelligence “We want to be careful in how we grow super intelligence because you kind of grow it like a kid … Torturing a super intelligence is probably not a good idea. It might want to get revenge.” https://t.co/XGXwSm2NyP". X. https://x.com/TheChiefNerd/status/2109083677313450015

[7] Elon Musk. (2026). "@teslayoda We’re making interesting progress here. Digital Optimus can play about halfway through the Diablo campaign so far just by looking at the screen like a human. Skill at Counter-Strike and other fast games is good too. League is also in training. Goal is to generalize across". X. https://x.com/elonmusk/status/2108823477071303109

[8] Andrej Karpathy. (2026). "Dusting off this tweet from April because this gap in shared understanding of LLM capability is *widening*. It's now less "two groups of people speaking past each other" and more a sharp funnel. - Napkin math somewhere around 6B people (~75% of the population) have barely come". X. https://x.com/karpathy/status/2109361546505966046

[9] 유진우. (2026). 佛 마트 400곳, 냉장고 해킹으로 식품 '전량 폐기'… 유럽 식탁 덮친 '먹거리 테러' 공포. 조선일보. https://biz.chosun.com/international/international_economy/2026/10/13/M27RMCH6ZBCWDCDFHJBVP3EC2M/

[10] Preston Fore. (2026). IMF chief warns AI’s ‘slow-moving tsunami’ is coming—and it could leave Gen Z graduates stuck making lattes at Starbucks. Fortune. https://fortune.com/2026/10/13/imf-chief-kristalina-georgieva-ai-job-market-warning-tsunami-of-disruption-hurt-gen-z-workers/

[11] Editor. (2026). Saudi National Arrested For Installing Surreptitious Audio Recording Device At OpenAI In San Francisco. United States Attorney's Office Northern District of California. https://www.justice.gov/usao-ndca/pr/saudi-national-arrested-installing-surreptitious-audio-recording-device-openai-s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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