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만 게임을 만든다? 크래프톤의 대담한 시도!
얼리 버드
렐루 게임즈(Relu Games)는 딥러닝이 융합된 혁신적인 게임 플레이로 시장을 선도한다는 목표로1 6월 1일에 설립된 크래프톤의 자회사인데요, 지난 6월 14일, 크래프톤은 이사회에서 이 렐루 게임즈에 '스페셜 프로젝트 2(SP2)' 관련 자산과 인력을 이전하기로 결의했습니다2. 왜 크래프톤은 기존 스튜디오가 아니라 새로운 자회사(=스튜디오)를 만들면서까지 AI를 통한 개발을 시도하는 걸까요?
일반적인 개발법?
우선, 일반적인 게임 개발의 프로세스를 간략히 짚고 넘어 가볼게요. 회사마다 다르지만 대부분은 다음과 같아요3.
- 사업부가 새로운 게임 프로젝트 개발을 결정하면 비즈니스 모델과 장르 등의 기본 정보를 개발부에게 넘깁니다.
- 개발부의 임원에 해당하는 디렉터들이 모여서 컨셉 기획서를 작성합니다.
- 컨셉 기획서에 따라 디렉터들이 여러 개의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평가합니다.
- 가장 좋은 프로토타입이 나오면 이것을 바탕으로 살을 붙이면서 완성시킵니다.
- 완성된 게임을 런칭하고 지속적으로 컨텐츠를 추가합니다. (통칭 라이브 전환)
기존 방식은 이 모든 과정을 순수하게 사람의 힘으로만 했기 때문에 컨셉 기획서 작성과 프로토타입 평가에만 짧으면 1년, 길게는 몇 년이 걸렸죠.
그렇다면 왜 분리할까?
하지만 AI가 나오면서 개발 과정은 다음과 같이 바뀔 수 있게 되었어요.
1. 반복적인 작업을 줄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만들기 위한 힌트를 쉽게 얻을 수 있다: 모든 과정이 빨라질 수 있게 되었고, 꿈의 개발 방식이라는 테스트 주도 개발(TDD)도 한결 쉬워졌죠.
2. 시간이 줄어드니 비용도 줄어든다: 게임 개발은 개발자들의 인건비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빠르게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도 비용을 줄이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인데, AI를 쓰면 시간이 줄어드니까 비용도 당연히 줄어듭니다.
3. 리스크 감소: AI가 코드를 확인하고, 밸런스를 점검하고, 시나리오의 플롯을 체크하는 등 개발자들이 미처 잡아내지 못한 실수를 찾아낼 수 있으니 품질은 올라가고 기획서를 처음부터 다시 쓸 일도 줄어들죠.
이런 특성들로 인해 사람의 힘으로만 만드는 기존 방식의 개발부와 충돌이 일어날 수가 있고, 또 그동안 AI를 게임 개발에 대대적으로 투입한 사례도 드물죠.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1. 기존 개발자들과의 의견 충돌을 막고, 2. 완전히 새로운 개발 방식을 연구하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분리한 것이라고 추측해요.
앞으로의 미래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존 방식의 게임 개발이 빠르게 없어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기존 방식은 사람이 많이 필요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신입으로 들어온 게임 개발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두루 개발 경험을 쌓기에는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는 한동안 게임 개발은 세가지 부류로 나뉠 것이라고 생각해요.
- 소수의 시니어 위주로 이루어진 AI 주도 개발: 시니어들은 다양한 분야도 홀로 능수능란하게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AI가 있으면 높은 전문성과 결합해 소수만으로 고품질의 게임을 뚝딱 만들어낼 수 있어요.
- 다수의 다양한 경력을 가진 인간 주도 개발: 시니어와 주니어, 신입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개발팀이기 때문에 당장의 개발 효율성은 낮아도 시니어가 되기 위해 필요한 여러 스킬을 안전하게 갈고 닦기에는 가장 좋아요.
- 소수로 이루어진 AI 주도 인디 개발팀: 인디 개발팀은 대개 전문인력도 부족하고, 자금도 부족하기 때문에 AI를 사용해서 비용 대비 품질을 쉽게 높일 수 있어요.
빠르지만 침착하게
AI는 마침내 게임 개발에서도 고삐 풀린 망아지 같이 달리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아무리 거친 짐승도 포르투갈의 투우사나 카우보이 앞에서 순한 양처럼 변하듯 AI를 알고 받아들일 준비를 한다면 그 누구보다도 든든한 동료가 되어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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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namomo di Moscata (글쓴이) 소개
게임 기획자를 준비중입니다. AI 아티스트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Stable Diffusion을 주로 사용합니다. https://www.instagram.com/cinnamomo_di_moscata/
(1) 크래프톤. (2023). 렐루게임즈 소개. KRAFTON. https://www.krafton.com/studios/relugames/
(2) 이도원. (2023). 크래프톤, 신규 스튜디오 렐루게임즈 설립. ZDNET Korea. https://zdnet.co.kr/view/?no=20230614130126
(3) 감동힐. (2013). 게임 개발 프로세스. 감동힐블로그. https://blog.naver.com/elemable/20194531422